을지전망대·제4땅굴 등 둘러볼만...두타연 계곡 겨울정취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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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앙’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지만 사실 배꼽은 몸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양구는 예사롭지 않은 땅이다.
한의학에서는 배꼽을 생명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부모의 선천지기(先天之氣)를 이곳으로 받고 오장육부(五臟六腑)를 감싸 생명의 시작은 물론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곳이라고 본다.
그러고 보면 양구는 대한민국의 기운이 드는 문(門)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인구는 2만4000여명에 불과하지만 피 끓는 군인들이 많아 산자락마다 그 기운이 넘쳐나는 곳이다.
지금은 남북이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오갈 수 없지만 금강산 문이 열리는 날엔 이 곳이 통일의 길손들이 오가는 길목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식 양구군 관광경제과장은 “최근 인구가 늘면서 양구가 활기를 찾고 있다”며 “양구에 오면 10년이 젊어지는데 청정한 자연과 통일안보 관광지로서 손색없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양구=글·사진 양승진 기자 ysyang@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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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는 한국전쟁 때 격전지였다.
해안면의 펀치볼은 외국 종군기자가 가칠봉(1049m)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마치 화채 그릇(Punch Bowl)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분지형태를 이룬 이곳은 산의 북쪽 경계가 북한과 마주한 최북단이어서 사철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 주민들은 눈이 펄펄 내리는 때 겨울철 영양의 보고인 시래기를 상품으로 내놓는다.
고추, 수박, 토마토, 감자 등을 수확한 후 시래기 무를 심어 서리를 한두 번 맞힌 후에 수확하는 시래기는 60일간 햇볕과 바람에 말려 청정 그 자체다.
올해는 20~21일 이틀간 해안휴게소 일원에서 ‘2014 DMZ 펀치볼 시래기축제’를 연다.
이번 축제는 △즐거워 할! △먹거리 할! △추억 할!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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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래기는 예전에 힘들게 살 때 버려지던 무청을 말려 한겨울 영양식으로 먹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아예 시래기 전용 무를 사용해 시래기를 수확한 후 무는 그대로 버려진다.
구석기시대 움집 같은 덕장에 걸려 햇볕과 바람으로만 건조된 시래기는 자연을 그대로 머금어 겨울철 양구를 대표하는 물건이 됐다.
도종환 시인은 그의 시 ‘시래기’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중략)/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지켜온 저들을/기억하는 손에 의해 거두어져 겨울을 나다가/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도 바닥나고 취향도 곤궁해졌을 때/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우기 위해/서리에 젖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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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축제가 열리는 해안면은 우리나라 최대의 분지다.
도솔산, 대우산, 가칠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오목한 형태의 이곳은 분지면적이 23㎢, 동서 길이는 3.5km이다. 운석과 충돌해서 생겼다느니, 차별침식해서 그렇다느니 하는데 분지에 운석의 파편이 발견되지 않아 차별침식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6·25 전쟁 당시 치열했던 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펀치볼은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 통일관, 전쟁기념관 등 이른바 4대 안보 관광지가 있어 찾는 이가 많다.
을지전망대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km 남쪽에 있는 가칠봉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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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땅굴은 1990년 3월 양구 동북쪽 26㎞ 지점 비무장지대 안에서 발견됐다. 군사분계선에서 1.2㎞ 떨어진 곳에 있으며 높이와 폭은 각 1.7m, 깊이 145m, 총 길이는 2052m다. 땅굴 출입구에는 발견 당시 땅굴을 수색하던 중 북한군이 설치한 수중지뢰에 의해 산화한 군견을 위로하는 충견비가 세워져 있다. 땅굴 내부에는 투명유리 덮개로 덮힌 15인승 전동차가 운행된다.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은 해안면 통일관에서 신청서를 작성한 후 갈 수 있다. 통일관 바로 옆에 전쟁기념관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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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가는 길목(32km)인 두타연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보고(寶庫)다.
휴전선에서 발원한 수입천 지류의 민간인 통제선 북방에 위치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탓에 천연기념물 제27호인 산양과 2012년 5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다.
1000년 전 두타사라는 절이 있어 이 이름을 빌린 두타연은 휴전 이후 50여년간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되다 개방돼 양구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지정된 길 이외엔 지뢰가 매설돼 있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아픔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두타연은 이목정과 비득안내소 두 곳에서부터 도보여행을 할 수 있는데 12km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방산면 평화누리길 이목정안내소에서 출발하면 두타연(3.7km 55분)→쉼터3(1.8km, 3시간)→하야교삼거리(1.8km, 27분)→포토존(0.9km, 14분)→쉼터2(1km, 15분)→비아목교(0.5km, 8분)→쉼터(1.2km, 18분)→동면 평화누리길 비득안내소(1.1km, 16분)로 이어진다.
거꾸로 비득안내소에서 출발하면 이목정안내소까지 이어지고 자전거는 12km로 70분 정도 소요된다.
두타연 출입은 안내소 두 곳에서 출입신청서·서약서를 작성한 후 신분증과 함께 제출하면 위치추적목걸이를 받은 후 이용할 수 있다. 매일 오후 3시까지 사전예약(www.ygtour.kr) 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이목정안내소에서 두타연 주차장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해도 된다.
동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출입이 되고 월요일은 쉰다. 문화관광해설사는 오전 9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5차례 안내하고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자전거 대여료는 4000원이다. 이목정안내소(033-482-8449), 비득안내소(033-481-9229)
◇양구 여행메모
△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이용 시 1시간30분이면 도착한다. 서울~양평~홍천을 우회하면 1시간50분 정도 소요된다. 버스는 서울 동서울터미널(1688-5979)에서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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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볼 곳= 두타연 가는 길에 있는 이해인 시 문학과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은 문학과 함께 파로호, 봉화산, 사명산의 사계를 조망할 수 있다. 문학을 테마로 고려 때부터 백자를 만들었다는 방산자기박물관(033-480-2664)에서는 자기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양구 시내에 인접해 있는 박수근 미술관(033-480-2655), 국토정중앙천문대(033-480-2586), 양구읍 한반도 섬 습지(양구 서천과 파로호가 만나는 곳) 등도 둘러볼 만하다. 양구군 관광경제과(033-480-2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