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5일 신발을 신고 걷기만 해도 다이어트 등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리복’, ‘스케쳐스’, ‘핏플랍’ 등 9개 유명 스포츠브랜드 사업자에게 시정조치를 내리고 총 10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한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이 같은 솜방망이 제재로는 허위·과장 광고를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어렵다고 봤다.
더구나 공정위 조치와 무관하게 소비자가 피해구제를 받으려면 직접 개별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집단소송제와 징벌배상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한 2011년 10월부터 9개 사업자가 허위·과장 광고를 한 2년 간의 매출액이 910억원에 달하고, 최종 제재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간을 감안하면 10억7000만원의 과징금은 무의미할 정도로 적은 액수라는 게 YMCA 측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동의의결제도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동의의결제란 공정위가 위법성 판단을 내려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대신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구제나 경쟁제한상태 해소, 거래질서 개선 등의 시정방안을 제시하도록 해 실질적인 개선을 신속하게 끌어내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1년 공정거래법에 처음 도입됐으며, 2013년 11월 네이버·다음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의 건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다만 부당광고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피해구제를 위한 동의의결제도는 표시·광고법 개정에 따라 올 4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YMCA에 따르면, 이번 공정위 시정조치 대상에 포함된 외국 브랜드 리복은 미국에서 동의의결 절차에 따라 별도의 제재 없이 소비자 피해 배상금으로 2500만 달러(한화 250억원)을 내도록 하고, 환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구매액의 87%를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도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를 위한 해결방안을 도출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소비자안전정보과 관계자는 “조사 대상 가운데 동의의결 절차 개시신청을 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면서 “지난 4월부터 법이 시행돼 관련 사례가 없다 보니 업체들이 직접적인 피해 보상에 대해선 감을 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미국과 같은 집단소송제가 증권 분야를 제외하고는 없어 업체들이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선 개별 소비자들이 직접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동의의결 절차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소비자 피해구제와 관련해선 공정위 권한에 한계가 있는 데다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불특정하고 광범위해 소송제기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이 제도가 유용하게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 사례가 거의 없어 사업자가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하는 문제에 대해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동의의결제도가 일반에 널리 알려지고 피해구제 사례가 늘어나면 국내에서도 신속한 시정방안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