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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사체 미스터리…5가지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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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기자

승인 : 2014. 07. 22. 16:05


검찰 소환에 불응, 잠적한 뒤 무려 두 달이 넘도록 검경의 수사망을 피해 다녔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상태로 야산에 홀로 버려진 시신은 오갈 곳 없이 떠돌다 죽음을 맞은 노숙자의 변사체로 보였다. 10만 성도를 거느렸던 종교 지도자의 주검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22일 경찰이 DNA 분석과 지문감식 결과를 토대로 유 전 회장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면서 검경과 유 전 회장의 지루했던 추격전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이 왜 그곳에 홀로 남겨져 죽음을 맞았는지 △사망원인은 무엇인지 △수천명의 인력을 동원해 검거에 나섰던 경찰과 검찰은 왜 시신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는지 △경찰이 유 전 회장으로 의심되는 시신을 발견하고도 비밀에 붙인 이유는 뭔지 등 유 전 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타살인가 자살? 자연사?

검경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시신은 6월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야산의 한 매실밭에서 발견됐다. 유 전 회장이 5월말까지 은둔했던 것으로 알려진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의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불과 2km 가량 떨어진 장소다.

70대의 유 전 회장이 장기간의 도피 생활로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야산으로 숨어들었다가 밤이 되면서 기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으로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동행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력자를 잃은 유 전 회장이 자살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현재로선 무시할 수 없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유 전 회장의 시신 주변에서 막걸리병과 소주병이 발견된 만큼 타살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 전 회장이 20억원 가량의 현금이 든 가방을 들고 도피에 나섰다는 점 역시 타살 가능성이 의심되는 이유다.

◇혼자 있었을까? 마지막 동행자는?

그동안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절대 혼자 다니지 않고 조력자들과 함께 움직인다고 밝혀왔다. 실제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되기 몇 일전인 5월 25일 검찰이 ‘숲속의 추억’을 덮쳤을 때도 운전기사 양회정씨(55·지명수배)와 신모 여인과 함께 동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시점이 유 전 회장 일가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원파 내 핵심조력자 대다수가 체포되기 전이라는 점에서 유 전 회장이 혼자 산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검찰 역시 마지막까지 유 전 회장과 함께 동행했지만 아직까지 행적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운전기사 양씨와 일명 ‘김엄마’로 불리는 김명숙씨(59)의 신병이 확보돼야 유 전 회장의 죽음에 관한 비밀이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짧은 시간에 심한 부패?

경찰과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목격자 박윤석씨의 증언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시신은 발견 당시 뼈가 보일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반백골화’ 상태였다.

통상 연골조직까지 부패해 이 같은 ‘백골화’가 진행되는 데는 매장된 시신의 경우 7∼10년, 땅 위에 노출된 시신은 1년가량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이 포착된 5월 25일로 역산해 볼 때 20일도 채 안 되는 시간 만에 이처럼 빠르게 시신이 부패한 이유는 무엇일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기온이나 습도 등의 영향보다는 야생동물이나 시식성 곤충에 의해 부패가 급속도로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유 전 회장의 시신에서는 구더기가 함께 발견됐다.

◇ 헛발질한 검경? 경찰은 그간 왜 숨겼나?

대규모 검찰과 경찰 병력이 투입된 수색작전에서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것 역시 의문점으로 남는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불과 며칠 전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은신처 인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가지 않는 대목이다.

경찰의 대처는 더 의문투성이다. 애초 변사체 신고가 접수됐을 때 왜 유 전 회장의 시신이라는 점을 좀 더 일찍 눈치 채지 못했는지. 경찰의 시신 신원 확인에는 무려 40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경찰은 이날 뒤늦게 시신이 발견된 순천경찰서장과 담당 형사과장를 직위해제 시켰다. 검찰도 할 말이 없긴 마찬가지다. 변사체 부검을 지휘한 순천지청 정모 검사는 전국 검찰과 경찰이 유 전 회장 신병 찾기에 비상이 걸린 상태였음에도 사건과의 관련성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단순 변사체로 취급했다.

수사 초기부터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검찰과 경찰의 부실한 공조수사 체계 역시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 수사 지휘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은 전날 오후에서야 DNA 분석결과를 검찰로부터 통보받았다. 혹 유 전 회장 체포의 공과를 다투던 경찰이 검찰에 일부러 시신의 존재를 숨긴 건 아닌지 의심된다.

◇구원파는 왜 몰랐을까?

구원파는 유 전 회장의 시신 발견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유 전 회장의 시신이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평소 내부 조직원들 간에 긴밀한 연락망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지원했던 구원파가 정말 유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을 몰랐는지 역시 의심가는 대목이다.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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