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키예프포스트는 22일(현지시간) SCM그룹의 소유주 리나트 아흐메토프(47)가 매일 돈바스(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지역의 전 공장에서 사이렌을 울리고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분리주의 세력에 반대하는 집회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아흐메토프는 도네츠크주를 중심으로 철강, 탄광, 전력, 이동통신 등 사업을 하는 최대 재벌이다. 자산은 114억 달러(약 11조 7807억원)이며, 그의 사업장에 속한 노동자는 30만명에 달한다.
아흐메토프는 이날 회사 웹사이트에 성명을 게시하고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분리주의 세력은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면서 “단 한 개의 일자리도 만들지 못하면서 사람들을 인질로 만들고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데니스 푸쉬린 최고 상임위원장은 공식 트위터에 “아흐메토프의 회사에 대해 세금원천징수 처벌과 함께 국유화 과정을 시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신흥 재벌들이 자신의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거의 명시적으로는 정치적 진술을 하지 않는 것에 비춰봤을 때 이 같은 재벌 기업가의 움직임은 이례적인 것이다.
아흐메토프는 과거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정치 자금줄을 댄 역할을 조용히 해왔으며 이후 지지를 철회했다.
그러나 현재 과도 정치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를 지지하면서 유럽과의 협력을 추구하는 것으로 포지션을 바꿨다.
이는 동부지역이 러시아로 통합되거나, 분리된 채 공화국이 되면 기업이 국유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분리주의 세력의 입지가 커지면서 ‘올리가르히’의 정치적 권력이 줄어들고, 친서방 정권이 들어설 조짐이 보이자 행동에 나선 것으로도 분석된다.
아흐메토프는 최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여는 위기 해결에 관한 원탁 회의에 참가하는 등 자신의 위치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독일 도이치벨레에 따르면 아흐메토프는 우크라이나가 앞서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상(FTA)을 논의할 때 지원했던 세력 중 하나였으며, 2012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EFA)에도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우크라이나를 유럽국에 어필하려했다.
한편 유엔 고위관리는 최근 몇주간 우크라이나 동부·남부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로 127명이 사망했다고 21일 밝혔다. 친러 무장 세력이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어서 25일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이 정상적으로 열릴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