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자율적 감축", 대학가 "현명한 선택 아닌 낙인 찍는 것"
재정지원 사업 선정을 위해 대학들은 정원 감축안을 내야만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서남수식 교육개혁’이 꼬리물기식 압박 카드로 작용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대학 재정지원 사업으로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ACE) 사업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 사업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등이 진행된다.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들 사업 대부분은 교육부가 내놓은 대학구조개혁과 연계돼 정원 감축안을 제출해야 한다.
교육부가 올해 1월 내놓은 대학구조개혁은 2017학년도까지 정원 4만명을 줄이는 등 2023학년도까지 16만명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각종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자율적 정원 감축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부분 사업이 정원 감축 계획에 따라 가산점으로 최대 5점을 받을 수 있다. 전문대 육성사업의 경우 평가지표에 연차별 정원감축 등에 5점을 배정했다.
자율적으로 감축을 하라는 교육부의 연계 방안이 오히려 점수를 받게 하는 압박수단이 된 것이다.
경북 A대학의 기획처장은 “재정지원 사업이 대학 여건 등의 지표 위조로 판단되고 평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재 육성 방안과 연계한다지만 구조조정이 같이 진행되면서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재정지원 사업 평가지표는 그동안 교육부가 진행해온 각종 사업과 비슷한 지표가 반영된다. 이에 0.5점 차이로 당락이 좌우될 수 있어 가산점 확보는 중요하다.
반면 모든 대학이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될 수 없고 선정되더라도 지원 규모가 다르다. 결국 사업에서 탈락한 대학은 교육부의 강제적 정원 감축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기관이 사람 키우는 것인데 대학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자율적으로 살을 빼라고 하는데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라면서 “사실 말라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을 대하는 교육당국이 진정 잘 살 수 있도록 선택을 내주고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관리해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낙인찍는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는데 자신이 장관일 때 모두 완성된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환상이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과 재정지원사업을 연계한 이유로 대학의 ‘자율적 감축’을 꼽고 있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관계자는 “대학구조개혁과 주요 재정지원사업이 연계하는 것은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목적과 정원 감축이라는 목표가 있다”면서 “재정 사업을 통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 감축을 설계하고 그런 의미에서 연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제로 정원 감축을 진행하기 전에 발전 전략 차원에서 연계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학가에서는 각종 사업에 정원 감축안과 가산점을 연계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싶어도 교육부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B사립대의 한 교수는 “교육부의 여러 사업이 가산점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어차피 가산점을 받기 위해서는 정원 감축안을 내놓아야 한다. 사실 교육부에 찍혀 불이익을 받을까 몸서리친다”고 호소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구조개혁 방안이 마련되면서 재정사업은 연장 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성화 사업도 선정되어야 지원 받게 된다. 재정지원 사업 선정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가산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