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슈퍼갑’ 교육부 임시이사에 황폐화된 학교법인의 공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40218010002442

글자크기

닫기

류용환 기자

승인 : 2014. 02. 19. 08:55

정족수 부족으로 임시이사 요청, 임시 이사회 권한 남용으로 법인재산도 잃어
14년간 쥐고 흔들고 짓눌러…"미운털 박힐까 겁난다" 호소

학교법인 재적이사 부족으로 ‘임시이사’ 파견을 교육부에 요청했던 한 학교법인이 교육 당국의 방만한 관리로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법인은 임시이사 파견 후 임시 이사회의 문제점을 제기, 14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정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임시이사회가 부실하게 운영한 법인은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는 등 관선이사가 사학을 망치는 ‘주역’이 됐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소재 A대학의 학교법인은 2011년 1월 ‘7기 임시 이사회’를 마지막으로 정상화를 이뤘다.

1997년 1월 A법인은 교육부에 이사회 개회 및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임시이사 선임을 요청했다. 당시 이 법인은 이사 7명 중 1명은 사고로 사망했고 2명은 임기만료, 1명은 지병 등을 이유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A법인 관계자는 “이사회를 개최하려면 과반수가 넘어야 하는데 임기만료 등을 이유로 진행할 수 없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교육부에 임시이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남은 정이사 전원을 해임하고 임시이사 7명을 파견했다. 이때부터 암울한 시기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교육부는 A법인의 요청을 사립학교법을 적용해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 임시이사 7명을 파견해 A법인 운영 권한 맡겼다.

A법인은 초·중·고교와 대학 등을 운영해왔다. 학내에서는 부실경영 등을 이유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A법인은 ‘입시비리’로 임시이사 체제로 전환된 것으로 인식됐다. 실제 1993년 A법인은 대학 부정입학 사건으로 총장이 자진 사임하는 등 타 대학과 함께 ‘입시부정’ 사태에 연루된 바 있다.

학내 구성원들은 당시 사건 이후 4년이 흘렀고,A법인이 임시이사 체제로 전환한 것이 당시 사건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이사 체제로 전환되면 이러한 인식도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A법인의 재산권과 자주권이 침해받기 시작했다.

법인 관계자는 “학내 구성원은 학교 문제로 임시이사가 온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당시 부채도 없었다. 하지만 이유도 모른 채 정이사 체제 전환 방안은 반려됐다”고 말했다.

A법인은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면서 오히려 문제가 심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 교육부가 파견한 관선이사 체제에서 공금횡령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당시 공금 약 38억원을 횡령한 직원은 법인과 대학 운영에 큰 손실을 끼쳤다. 공금 횡령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장의 직인과 법인 통장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임시 이사회가 부실하게 법인을 운영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발단은 다르게 부각됐다.

공금을 횡령한 직원은 설립자의 자손으로 ‘설립자 직계가족의 부도덕성’만 강조됐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임시이사들은 해임됐지만 또다른 임시 이사회가 들어섰다. 방만한 운영을 한 임시이사들은 책임 규명보다 물러나는 선에서 끝을 맺은 것이다.

이후 A법인이 운영하던 법인 소유 빌딩(당시 100억원 규모)은 임시 이사회 의결을 거친 뒤 경매 처분됐다.

공금을 횡령한 당사자에게 돈을 회수하기는커녕 손실금을 채우기 위해 사학의 재산을 멋대로 처리한 것이다.

새로 들어선 임시 이사회도 사학 정상화보다는 권한을 남용했다. 2003~2008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법인 자체를 헐값에 처분하려 했고 정관 조항을 임의로 개정해 특정인을 총장으로 내세웠다.

임시 이사장 및 이사, 외부 인사에게는 명예박사학위가 대거 수여됐다.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대가로 받은 대학발전기금은 임시 이사회로 전입시켰고, 임시 이사장의 승용차 구입비, 판공비로 전용하며 사학의 재산권을 남용했다.

법인 관계자는 “임시이사를 단순히 요청한 것이 손실이 컸다. 하필이면 설립자 후손이 공금을 횡령했다. 당시 임시 이사회는 직인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당시 법인 소유 건물을 팔아 법인 수익도 없다.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학은 황폐화됐다”고 말했다.

A법인은 1~7기 임시 이사회 체제로 암흑의 시기를 거쳤다. 수차례 법인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교육부의 반려와 임시 이사회의 지연으로 결국 정상화 자체가 늦어졌다.

2011년이 돼서야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A법인의 정이사 전환을 승인했다. 하지만 임시 이사의 방만한 관리로 법인 수익을 사라졌고 대외적으로 ‘부실사학’으로 낙인 찍혔다.

A법인 관계자는 “교육부는 임시이사만 파견하면 끝이고 임시 이사는 잘못하면 그만두는 것으로 끝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로 암울한 시기를 보낸 A법인은 현재 교육 당국을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법인 관계자는 “교육부의 관리 소홀로 사학은 발전하지 못했다. 14년간 쥐고 흔들었다. 지금 두려운 것은 교육부의 ‘을’인 학교법인과 대학이 미운털 박힐까 겁난다. 한번 당했고 그 힘에 짓눌렸다”고 토로했다.
류용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