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 LG, SK, 현대차그룹 등 대다수 대기업이 이날 5억원 이상 받는 등기임원의 연봉을 밝혔다.
그런데 오너 일가가 줄줄이 등기이사에서 빠져나가 보수 공개 제도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SK그룹 4개 계열사(SK이노베이션, SK, SK C&C, SK하이닉스)에서 301억원을 수령해 전체 기업인 가운데 가장 연봉을 많이 받은 ‘연봉킹’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월 말 실형 확정으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회삿돈 수백 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작년 1월부터 법정 구속된 최 회장은 경영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고액 연봉을 받았다. 심지어 내년부터는 최 회장이 얼마를 가져갔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이사직을 내려놨다.
지난해 한화와 한화케미칼에서 100억원대 보수를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올해 등기이사에서 빠졌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8년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특검을 받은 뒤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을 사퇴했다. 아들 이재용 부회장은 아예 등기이사로 선임된 적이 없다.
오너들이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면서도 비등기임원으로 남아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오너가 이사를 사퇴해 버리면 그만이다. 돈 많은 사람만 사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