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동필 장관은 최근 “쌀 개방을 유예하는 대신 매년 의무수입량을 늘려가는 방식 탓에 올해 쌀 의무수입량은 40만8700톤에 달한다”며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의무수입량을 늘리지 않는 방안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3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국내 쌀 소비량의 4%를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대신 시장 개방을 2004년까지 연기했다.
이에 2004년 의무수입량은 20만5000톤까지 늘었고, 당시 정부는 다시 협상을 벌여 매년 2만톤씩 의무수입량을 늘리기로 합의하고 2014년까지 관세화를 유예했다.
이에 따라 올해 쌀 의무수입량은 40만8700톤으로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의 7.97%에 달한다.
이 장관은 “10년 전에만 쌀시장을 개방해 관세화로 전환했어도 의무수입물량 20만톤을 ‘덤터기’ 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개방한다면 핵심은 관세율이 될 것이며 대체로 300~500%의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관세율이 200% 이상만 돼도 수입 쌀값이 국산보다 비싸지므로 개방해도 큰 영향이 없다는 견해다.
실제 일본과 대만이 관세화를 통해 쌀 시장을 개방한 이후 쌀 수입량은 의무수입량을 넘지 않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수입 쌀의 국내 가격은 국내산 쌀 가격보다 비싸기 때문에 현재 의무수입량 외에 추가로 외국산 쌀이 수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관심을 표하면서 쌀에 관세화를 매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미국이 주도하는 TPP는 환태평양 12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는 것으로 쌀을 포함, 모든 분야에서 관세장벽을 없애는 것이 목표”라면서 “우리나라가 TPP 가입을 확정할 경우 일본 처럼 저 율관세를 통한 쌀시장 개방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국내로 수입되는 쌀은 대부분 미국과 중국산으로, 양국 모두 FTA와 TPP 등이 진행되고 있어 이 협정에 따라 고율 관세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농민단체 역시 “쌀 관세화는 식량 주권을 민영화하는 것”이라며 “TPP 협상 과정에서 쌀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거나 관세율이 정부 예상보다 낮게 정해진다면 외국산 쌀의 경쟁력이 강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쌀 시장 전면개방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높은 관세화 운운하며 농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관세화를 통한 전면개방은 TPP에 대한 대책이 확실하게 섰을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만약 쌀이 TPP에 들어가 쌀 관세화가 철폐된다면 TPP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