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부 농민단체는 여전히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일부 학계에서도 개방 재연기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쌀시장 개방 여부를 9월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한다”며 “6월까지는 정부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국익과 우리 쌀산업을 위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면서도 “개방한다면 핵심은 관세율이 될 것이며 대체로 300~500%의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쌀시장 전면 개방 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시 쌀은 국내 소비량의 4%를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대신 시장개방을 2004년까지 연기했고, 2004년 다시 의무수입량을 7.96%까지 늘리는 조건으로 2015년까지 개방을 미룬 바 있다.
정부는 의무수입물량 증가에 대한 부담, 관세율이 200% 이상만 돼도 수입 쌀값이 국산보다 비싸지므로 개방해도 큰 영향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관세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장관은 “10년 전에만 쌀시장을 개방해 관세화로 전환했어도 의무수입물량 20만톤을 ‘덤터기’ 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문제가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악재가 되지 않도록 6·4 지방선거가 끝난 후 쌀 관세화를 공론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같은 날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한 일간지 기고문에서 “쌀시장 전면 개방은 ‘국제법적 의무’가 아니다”라며 “곡물메이저에 휘둘리는 WTO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배려는 인정해주고 있으며 관세화 유예가 가능한 지 여부는 ‘협상’의 결과물이지 처음부터 정해진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500% 관세로 우리 쌀시장을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은 자유무역협정(FTA)과 예외 없는 관세 철폐를 내건 환태평양동반자협정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지금 할 일은 개방 재연기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이날 성명에서 “장관이 협상계획과 의지를 포기한 채, 의무수입량을 더 늘리지 않기 위해서는 관세화가 불가피하다며 ‘협상도 포기한 채 백기투항’을 미리 선언한 것”이라며 “쌀 관세화와 FTA가 결합되면 파장이 커질 수 밖에 없는 데도 관세화를 우선 처리하고 FTA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머리만 숨기는 꿩’과 같은 우매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