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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 “외로운 우리네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담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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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욱 기자

승인 : 2012. 01. 26. 10:50

*영화 속 가부장적인 가장이지만 집에선 공처가 "여자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사진=조준원기자 wizard333@

[아시아투데이=최재욱 기자] 나이는 50대 초반이지만 소년의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감독 윤종빈, 제작 팔레트픽쳐스)의 개봉을 앞두고 25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배우 최민식은 스크린에서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순박한 동네 아저씨 느낌이었다.

최민식은 후배 하정우와 호흡을 맞춘 ‘범죄와의 전쟁’에서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1990년대 비리 공무원이었다가 조폭조직에 발을 담그게 되는 입체적인 인물 최익현 역을 맡아 소름끼치도록 리얼한 연기를 펼쳤다. 오랜만에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역을 맡아 신명나게 연기한 최민식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A~Z 토크로 정리해보았다.

At first(처음에는)=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정말 막막했어요. 어마어마한 분량에 방대한 이야기를 보니 막막했어요. 드라마 트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구난방 스토리이잖아요. 하지만 그 방대함을 관통하는 주제가 마음을 이끌었어요. 

시나리오까지 직접 쓴 윤종빈 감독이 말한 우리네 아버지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대한민국 남성들의 쓸쓸한 초상이 마음을 짠하게 했어요.

Character(캐릭터)=최익현이란 대한민국 남성의 허세를 대표하는 인물이죠. 최익현처럼 남자들은 늘 어제나 가족이나 동창, 군대 동기,조기축구 등 다양하게 엮으려 하잖아요. 그건 외롭고 쓸쓸하기 때문이에요. 

정글 같은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누군가와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하는 거예요. 선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악한 인물도 아닌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우리네 아버지들의 자화상을 담았어요.  

Father(아버지)=옛날에 아버지들이 늘 복덕방에 모여 신나게 허세 부르고 놀다가 자식들이 밥먹으라고 부르러 오면 돌아서서 쓸쓸히 걸어가잖아요.그런 외로운 모습에 대한 연민을 담고 연기했어요. 

집에서 최익현처럼 가부장적인 가장이냐고요? 전혀요. 공처가로서 살아가는 지혜를 이미 오래 전에 터특한 사람이에요. 분리수거도 잘하고 동그랑땡도 정말 잘 부쳐요 여자 앞에서 가오 잡아 봤자 손해일 뿐이에요. 남자는 결코 여자를 이길 수 없어요. 여자는 잘해줘야 할 대상일 뿐이지 이기려고 할 존재가 아니에요. 하하하.

사진=조준원기자 wizard333@

Hit(맞다)=‘악마를 보았다’ 이후 또다시 정말 진하게 두들겨 맞았죠. 아무리 합을 맞춘다 해도 진짜 때리는 것만큼 효과가 나지 않아요. 몇 대 맞는다고 절대 죽지 않아요. 

그런데 후배 놈들이 마음이 약해서 때리지를 못하더라고요. 얼굴은 소도 때려잡게 생긴 놈들이. 하하하. 그렇게 주저하며 때리면 오히려 한번에 가지 못하고 더 맞고 다쳐요. 그래서 막 야단쳤죠. 마음 놓고 때리라고. 하하하. 다행히 다치거나 부상을 입은 적은 없었어요.

Screening(검진)=얼마 전 난생 처음으로 건강 검진을 받았어요. 영화 홍보를 위해 ‘힐링캠프’에 출연했는데 오랜만에 대학선배 이경규 선배를 만났어요. 건강검진을 한번도 안 받아봤다고 했더니 놀라며 자기가 알아서 예약을 해주셨어요. 받기 전에 정말 벌벌 떨었어요. 아직도 할 일 많은데 시한부 생명을 통보하면 어떡해요? 하하하. 

의사 선생님이 아직 탈은 난 건 없는데 담배는 끊으라고 하더라고요. 계속 피우면 나중에 호흡기 끼고 다녀야 할 정도로 흉해질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TV Drama(티비 드라마)=장르를 가리는 건 아니에요. 드라마만큼 파괴력 있고 효과적인 장르는 없는 거 같아요. 저에게도 ‘서울의 달’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고 애정이 가는 작품이에요. 

근데 긴 호흡을 할 수 있는 영화에 너무 익숙해져 그 살인적인 시스템을 쫓아갈 자신이 없어요. 영화는 뭔가 안 풀리면 잠깐 스톱을 하고 술 마시며 풀어나가는 호흡을 갈 수 있는데 드라마는 날짜가 정해져 있으니 그냥 갈수밖에 없잖아요. 

사진=조준원기자 wizard333@

Wish(소망)=올해 소망은 뭐 있겠어요. 좋은 작품 하는 거죠. 계획이라면 이제 건강을 신경쓰겠다는 거죠. ‘범죄와의 전쟁’ 촬영할 때 나이에서 오는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힘든 촬영을 하면 파김치가 돼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까딱 없었는데. 더 오래 재미있게 술 먹으려면 건강을 챙겨야 할 거 같아요. 운동도 하고. 진짜 담배 끊어야겠어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범죄와의 전쟁’ 보면서 아버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최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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