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통일부가 외부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추진 중인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는 향후 10년 후 통일을 가정하는 ‘단기압축형’과 20~30년 후 통일을 상정한 ‘중장기점진형’으로 구분된다.
또 한반도의 핵심 의제인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된 상황에서 평화, 경제, 민족 등 이른바 3대 공동체 형성을 통해 통일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남북 간 완전한 통합을 위해 통일 후에도 10년간 통합기간을 설정하고 다양한 정책 목표를 제시할 예정이며 통일국가의 비전도 마련할 방침이다.
통일부는 지난 1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의 진행경과를 밝히고 연구결과를 토대로 상반기 중에 정부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단기 10년, 중장기 30년 통일 시나리오
한반도 통일시나리오를 향후 10년의 단기형과 20~30년의 중장기형으로 구분했다.
단기형, 중장기형 모두 현재 한반도의 핵심 과제로 대두한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간 합의에 의한 통일은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도 얻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평화공동체 형성 과정에서도 비핵화가 핵심 정책과제로 설정돼 있다.
단기형은 정치제도적 통일에 앞선 평화, 경제, 민족 등 3대 공동체 형성 수준이 중장기형에 비해 낮다. 중장기형은 통일에 앞서 원활한 교류협력을 통해 3대 공동체 형성 수준이 상당히 성숙된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 수준과 남북 간 경제협력 수준도 단기형과 중장기형에서 차이가 있다. 단기형에서는 북한의 체제전환 및 남북협력 제도화 정도가 낮고 중장기형은 상당히 진전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단기형, 중장기형 모두 북한 정세, 남측 내부 정세, 남북관계 정세, 국제정세 등 4가지 변수를 적용해 공동체 형성을 위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단기형은 3대 공동체 모두 5년 단위(총 1,2단계)의 정책목표를 두고 있다.
평화공동체는 1단계에서 비핵화와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를, 2단계에서는 평화협정 체결과 군비통제 하의 실행계획을 둔다. 경제공동체는 1단계에서 대북지원과 북한 개방유도를, 2단계에서 남북 간 산업조정과 경제협력 확대를 설정하고 있다. 민족공동체는 1단계 분단치유와 북한 가치 공유를, 2단계에서 동질가치 확산과 북한 시민사회 활성화 지원 등을 정책 목표로 두고 있다.
중장기형의 경우 30년간 공동체 추진 로드맵이 5년 단위의 6단계로 구성된다.
평화공동체에서는 비핵화·평화협정 논의, 군비통제, 한반도 평화정착 논의를 위한 과제들, 경제공동체에서는 북한의 개방유도, 시장지원, 산업구조 조정 등을, 민족공동체에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 가동, 분단치유, 인도주의적 남북공동사 해결, 교류협력 확대, 법제통합, 민족통합 기반확대 등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통일 후 10년간 내부통합 설정
단기형이든 중장기형이든 통일 후 10년간 평화, 경제, 사회문화별 통합전략을 설정했다. 이질화 등 오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완전 통합을 지향하는 기간이다.
정치 분야는 통일국가 체제 구축과 법제개편, 정치제도 및 지방행정제도 개편 등이, 경제분야는 경제통합 관련 조치와 산업구조 개편,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인프라 구축 등이, 사회문화 분야는 사회문화통합, 사회복지 통합 등이 과제로 제시된다.
단기형은 공동체 형성 정도가 낮은 상황에서 통일이 이뤄졌기 때문에 통일 이후 할 일이 많다. 중장기형은 공동체 형성이 상대적으로 탄탄해 내적 통합이 더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일 후 10년간 통합단계를 거친 상태에서의 통일국가 비전도 제시된다.
공동체 구성에 관한 총괄연구를 맡은 통일연구원의 박종철 박사는 “통일 한반도의 비전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할 예정”이라면서 “이를 통해 국내적으로는 통일 공감대를 넓히고, 국제적으로도 통일이 가져오는 평화 메시지를 강조해 지지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편익…재원방안도 마련
통일재원 마련 방안은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에서 3대 공동체 추진구상과 함께 핵심 과제다.
통일재원 방안을 연구 중인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는 통일비용이 강조된 측면이 크다”면서 “이번 연구에서는 비용뿐 아니라 통일이 가져올 편익도 꼼꼼히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통일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 젊은 층을 위해 향후 통일과정에서의 세대별 비용과 편익도 분석할 예정이다.
통일재원 방안으로 채권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국민이 부담해야 할 재원마련에 앞서 대북 투자 차원에서 국제기구와 민간 등으로부터의 자금 조달 방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통일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 정부 초안을 5월 말에 마무리하고 6월 한 달간 초안에 대한 정부 내 협의를 거쳐 상반기 중에 정부안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언급에 따른 후속조치로 △공동체 형성을 통한 통일실현 구상 △평화공동체 추진구상 △경제공동체 추진구상 △민족공동체 추진구상 △통일재원 마련 방안 등 5개 정책연구 분야와 경제·시민사회·종교·교육·학계 등을 상대로 한 5개 공론화 분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