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추경, 병주고 약주기냐…대통령 놀음"
학계 "경기 불안정에 따른 추경 불가피"
민주 "정부 제안도 합리적으로 고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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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심판이 현재 진행 중이고 헌법 규정에 의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된 상황에서 이 대표가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감액안만 반영된 내년도 예산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 편성 논의에 나선 것 역시 섣부르다는 목소리도 뒤따랐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기 침체에 따른 민생회복 차원의 추경 편성 논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당내 '민생경제회복단'(가칭)을 설치해 허영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등을 중심으로 추경 및 민생 입법 논의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수 부족과 정부 재정 역할 축소로 인한 소비 침체를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가 심각하게 줄이거나 없애 버린 골목상권,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지역화폐 예산 등을 위한 추경 논의가 신속하게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10일 677조4000억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에서 4조1000억원을 깎은 사상 초유의 민주당 감액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제안한 지역화폐 예산 1조원 증액 요구안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예결위에서 처리한 감액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정부 여당은 최종 협상 테이블에서 2조1000억원에 대한 복원과 민주당 요구 예산의 9000억원을 반영하는 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필요한 규모에 맞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벌써부터 대통령이 다 된 듯한 대통령 놀음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앞서 권 권한대행은 이 대표가 전날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도 단칼에 거부했다. 그는 이 대표가 마치 여당 대표가 된 것 처럼 행동한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권 권한대행은 "국민의힘은 여전히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고, 헌법 규정에 의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며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해 '현상 유지 관리가 주 업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선 "무엇이 현상 유지이고 무엇이 현상 변경이냐"며 이 대표의 추경 언급을 지적하며 "추경은 현상 변경인 거냐 유지인 거냐"고 날을 세웠다.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 대표가 추경을 제안한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행태"라며 "병주고 약주는 격 아닌가. 정부 예산안은 이 대표의 주머니속 공깃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부총리에 "야당의 무책임한 추경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내년도 예산안 집행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본지와 통화에서 "헌재가 대통령 탄핵 심리를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인데 (민주당은) 벌써 탄핵이 인용된 것 처럼 여당 행세를 하려고 한다"며 "당초 국정 발목잡기 식으로 정부 예산을 전액 삭감해놓고 이제와서 추경 논의를 하자는 건 정략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급하게 합의를 하자고 할 거였으면 최종 협상 테이블에서 했어야 했다"며 "이번 감액안 강행 처리가 국정 운영 발목잡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민주당 스스로 자인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다만,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등에 따라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학계 시각도 존재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엄 사태 이후 불확실성으로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제1야당이 의견을 내고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는 것"이라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내수 경기가 불안정해지니 국익을 위해서라도 여야정이 조속히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의 협조 없이 야당이 홀로 추경 편성을 할 수는 없다"면서 "야당 역시 정부와 적절한 선에서 협의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은 "정부와 협의를 하게 된다면 정부의 제안도 포함해 합리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추경을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