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기록 쌓아 건강상태, 자립 등 판단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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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을 비추던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우자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 안은 노숙인 거리 상담을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2007년부터 이곳에서 근무해온 이형운 현장실장도 이 시간만 되면 손과 발이 바삐 움직인다.
이형운 실장과 그의 동료들은 매일 주간과 야간 두 차례에 걸쳐 서울역을 비롯해 강남, 송파, 용산 등 서울 전역에 퍼져 있는 거리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거리 상담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건강 상태 확인은 물론 병원 진료, 주거·고용 지원 등을 제안해 거리 노숙인을 보호한다.
이날 취재진은 거리 노숙인들 사이에서 '대부(代父,)'로 불리는 이형운 실장의 상담길에 동행했다.
"오랜만에 오신 것 같은데, 그동안은 어디에 계셨어요"
이들은 수년 동안 수백번도 더 다닌 길을 오르며, 노숙인과 상담하며 나눠줄 빵과 사탕, 마스크를 한번 더 확인했다.
"거리 상담원은 요일별로 코스별로 2인 1조로 운영됩니다. 질환을 앓고 계신 분이 있으시니 마스크 착용은 필수에요."
오후 7시 30분께 서울역 3번 출구에서 4명의 노숙인이 옹기종기 모여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본 곽영준·임우린씨는 익숙한 듯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안부를 챙겼다. 이들은 노숙인들과 가벼운 농담을 한 뒤 한 명씩 눈을 맞추며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특히 이날 입동(立冬)을 맞아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권으로 내려가면서 노숙인들의 건강 상태를 더 꼼꼼히 확인해야 했다.
"약은 드셨어요" "뭐 드셨는데요?" 등 곽씨와 임씨의 입이 바빠지기 시작했고, 노숙인들은 이들의 잔소리가 여름 날벌레처럼 느껴지는 듯 보였다.
5분 정도 대화를 나눈 이들은 곧바로 서울역 지하도로 자리를 옮겼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로 이날 서울역 6번과 7번 사이 지하도에는 34명의 노숙자가 운집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났고, 이들은 종이박스, 침낭, 신문지, 두꺼운 외투 등 각자 가진 물건으로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이형운 실장과 곽영준·임우린씨가 이곳에 발을 들이자 노숙인들은 오래된 친구 사이인 것처럼 저마다 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물었다.
곽영준씨는 "누구는 사탕, 누구는 빵, 누구는 마스크를 필요로 해 사람마다 원하는 물건이 다르다. 암묵적으로 어떤 분이 뭘 원하시는지 알고 주무시더라도 곁에 살포시 두고 온다"고 설명했다. 곽영준씨는 가방에서 사탕을 한 주먹 꺼내며 잠에 빠진 한 남성 곁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자주 본 이들의 취향을 기억해 물품을 제공한 것이다.
임우린씨도 발 뒤꿈치가 갈라진다는 82살 노숙인이 "밴드 같은 걸 줄 수 없느냐"는 말에 곧장 진료 받을 것을 제안했다. 임씨는 "내일 낮에 진료소로 오셔서 연고라도 바르세요. 감염될까 걱정되네요"라며 재차 진료를 권유했고, 노숙인은 처음에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임씨를 쳐다보다 끈질긴 설득에 임씨와 새끼 손가락을 걸고 진료 받을 것을 약속했다.
이처럼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의 거리 상담원들은 노숙인마다 짧게는 1분 길게는 10분 이상 대화를 나누며 이들의 등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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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되자 찾아온 서울역 '불청객'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 거리 상담원들은 이러한 종교단체의 행위가 취지는 좋지만, 위험하다고 말한다. 노숙인들의 상태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겉모습만 보고 물품을 지원하는 건 노숙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하게 말하면 자립 의지를 꺾을 수 있고, 건강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일례로 한 종교단체가 서울역에서 노숙인을 대상으로 사과를 나눠준 적이 있는데, 이가 좋지 않은 노숙인이 사과를 먹다가 치아가 빠진 적이 있다.
이형운 실장은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에선 급식할 때도 노숙인들의 치아 상태를 항상 확인한다"며 "급식에 나오는 깍두기는 아예 잘게 잘라서 나오며, 이들의 건강 상태 확인은 필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년 여름 또는 겨울철마다 서울역에 나타나는 종교단체는 이러한 부분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자선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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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희망으로, 원스톱!"
이날 노숙인 거리 상담은 오후 9시 40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상담에선 만난 노숙인은 총 50명. 야간 거리상담은 서울역 지상광장을 비롯해 지하도, 외곽, 용산역에서 이뤄지며, 동절기에 한해 강남, 서초, 잠실에서도 진행된다.
상담을 마치고 센터로 복귀한 이들은 상담 기록을 남긴다. 오후 10시 20분부터 모든 상담원들이 나가서 위치별로 노숙인들의 인원 수를 세는 카운팅 업무도 병행한다. 카운팅 업무까지 마치면 비로소 야간 업무가 종료된다.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 거리 상담원은 이렇게 주간과 야간에 만난 노숙인들의 상담 기록을 매일 같이 정리한다. 이렇게 쌓은 기록을 사회복지사가 확인하고, 상담이 추가적으로 필요한지, 진료가 필요한지, 입원 필요 여부를 결정한다.
이형운 실장은 "(상담을) 한 100번 정도는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겨우 (센터에 노숙인들이) 나올까 말까 한다. 워낙 버리고 포기한 것들이 많아서 어떻게 방향을 설정해야 될지도 잃어버린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리 상담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형운 실장은 "(상담원들이) 낮에 일하면서도 틈틈히 공부하고 의논하면서 전체를 다 총괄해 보게 된다"며 "거리상담원들이 굉장히 소중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