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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생활에서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가장 가까운 가족·친구 간에 생기는 갈등과 불화는 대개 말이 통하지 않아서 생긴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표현하지 못해서. 장애인의 의사소통이 비장애인보다 훨씬 힘든 이유다.
이처럼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내 최초의 전문기관 '서울시장애인의사소통권리증진센터'가 개소 5년 차를 맞았다.
◇장애인 의사소통·AAC 인식 제고 등
9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9월 문을 연 센터는 동등한 기회로 모두가 함께 의사소통하는 사회 조성을 위해 △개별 맞춤 의사소통 지원 서비스 △의사소통 정보 플랫폼 △의사소통 환경구축 △의사소통 권리증진 네트워크 구축 △보완대체의사소통(AAC) 개발 및 보급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별 맞춤 의사소통 지원 서비스는 개인별 장애 특성과 삶의 환경 등을 반영해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센터에서 개발한 전문 진단평가지를 통해 특성·요구를 파악한 후 생활 특성을 반영해 거주지 인근 전문기관을 연계하거나, 일상생활 소통지원 및 이동이 어려운 당사자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터는 서비스 핵심 가치를 '치료'가 아닌 '소통'과 '지원'에 두고 장애인 당사자 주변을 이루는 가족·활동지원사·기관 종사자와의 관계, 사회참여 활동 증진을 돕는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성인이라는 이유로 바우처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성인장애인에게는 지속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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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의사소통 환경구축 및 인식개선'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의사소통'을 목표로 의사소통 서포터(의사소통 조력인) 양성교육, 장애유형별 의사소통 지원 가이드 제작, 찾아가는 기관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419명의 의사소통 서포터를 양성했으며, 동주민센터·치과·경찰서 등 장애 특성에 따른 의사소통 지원 매뉴얼 2만2300부를 제작·배포했다.
또 의사소통 상황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앱 '커뮤니상징' '커뮤니판' '커뮤니샷' '커뮤니톡'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커뮤니상징은 그림을 활용해 소통할 수 있는 그림상징이다. 커뮤니판은 원하는 양식에 사진 또는 그림 등 이미지를 넣어 나만의 의사소통을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커뮤니샷은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어 원하는 영역을 선택한 후 어휘 태그, 음성 녹음, 동영상 삽입까지 한 번에 가능한 의사소통 앱이다. 커뮤니톡은 대면·비대면 상항에서 그림 상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팅 기반의 의사소통 앱으로, 정교한 선택이 어려운 당사자도 스캐닝 기능을 활용해 쉽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커뮤니샷과 커뮤니톡은 안드로이드에서 다운 받을 수 있으며, 아이폰에서도 사용하고 싶다는 장애인들의 요구를 반영해 연말 iOS용 커뮤니샷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 작성 가이드' '경찰 업무 관련 읽기 쉬운 자료' '국립공원 의사 소통 도구' 등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학대 피해, 긴급돌봄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가정·기관·시설의 상담 지원도 펼치고 있다.
내년에는 장애인 개별 맞춤 의사소통 지원 서비스를 기존 1000회에서 1500회로 확대한다. 찾아가는 기관 컨설팅 및 각종 교육 서비스도 20회에서 40회로 늘려 더 많은 이들이 소통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센터는 오는 23일 국제 AAC 인식의 달을 기념해 '2024년 의사소통권리증진대회'를 개최한다. 1부는 장애인 당사자, 부모, 전문가, 기관 등이 함께 모이는 의사소통 지원 사례 콘퍼런스로 꾸며진다. 2부는 25일 온라인으로 AAC 교육이 진행된다. 이번 교육은 올해 발간된 '보완대체의사소통 AAC 중재를 위한 최상의 실제'라는 책을 주제로 저자들이 직접 주제별 교육에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