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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EU의 공급망 실사법 지침 강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내기업은 약 1만8000개로 추산된다. 대기업 527개, 중견기업 1181개, 중소기업 1만6206개가 해당된다.
공급망 실사법은 EU가 생산 전과정에서 인권과 환경의 부정적 요인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으로 역내외 기업에 적용하고 있는 법으로, 감독기구를 두고 기업 공급망 내 협력사에 위반 사례가 발견될 경우 과징금을 부여하는 등의 제재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준비가 미비한 중소기업의 경우 공급망에서 배제될 위험에 처하게 됐다. 실제로 BMW의 경우 3년 평균 150여개사, GE는 2020년 기준 71개사가 공급망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국내 준비 '부족'…"기업마다 상황 달라, 업종별·기업별 지원 중요"
특히 국내기업은 관련 준비가 미비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공급망 실사 등으로 인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협력업체 절반(47.0%)은 별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U 지속가능실사 지침안은 생물다양성, 화학물질, 유해폐기물 등에 관한 국제 환경협약과 연계한 총 12개의 위반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 기준에 따르면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상 수은 함유 제품 생산 및 생산과정에서의 수은 및 수은 화합물 사용과 폐기물 처리,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에 관한 스톡홀롬 협약 부속서상 생산물 및 화학물질의 사용,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교역 규제에 관한 바젤협약상 유해폐기물 수출입 관련한 기준 등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부정적 영향을 받았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는 개인, 공급망 내 거래 조합, 고용인 대표, 공급망과 관련된 시민사회 대표 등이 문제를 제기하면 불만처리 절차를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 또한 사업관계에 있는 모든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양적, 질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 발생했거나 잠재적인 인권과 환경 위험을 식별하도록 해 온실가스 등 세부적인 환경유해 데이터의 측정역량도 중요해졌다.
이런 가운데 의무 실사가 적용됨에 따라 발생되는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도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환경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환경데이터 관리, 친환경 공정개선 등 환경경영 체계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종의 온실가스 산정방법 기준을 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공급망 ESG 관련 글로벌 이니셔티브 대응을 위한 가이드북 발간과 기업 대상 온라인 교육도 시행할 계획이다. 또한 '환경안전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자가진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배성열 위드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아동 강제노동과 같은 사회적 이슈보다 환경 관련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산업 주요 종목별로 환경유해 관련한 데이터들을 공개하고, 업종별로 환경 관련 비용을 계산할 수 있는 연구과제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종별 지원도 중요하지만 사실상 기업별로 수질오염·대기오염 등 안 되고 있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초기 마중물 지원 차원에서 소재 쪽 분야 등 개별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