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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 ‘테러 혐의’ 139명 유죄판결, ‘테러와의 전쟁’인가 ‘시아파와의 전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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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9. 04. 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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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위키피디아
바레인 법원이 16일(현지시간) 테러 연루 혐의로 139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2년 테러 처벌 법안이 도입된 이후 최대 규모. 특히 유죄판결을 받은 139명 가운데 한 명을 빼곤 모두 바레인 시민권(citizenship)을 박탈당했다. 시민권을 박탈당하면 무국적자가 돼 어느 나라에서도 자국민으로서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수니파 정부가 시아파를 찍어누르기 위한 수단으로 테러 혐의를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의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바레인 법원은 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 재판 끝에 139명에 대해 테러 연루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국영 통신사를 통해 성명을 내고, 피고인 139명이 테러단체 설립·무기 및 폭발물 사용·테러자금 지원 혐의 등으로 최소 징역 3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종신형을 선고받은 사람만 69명에 달한다. 또한 이번에 유죄판결을 받은 139명 가운데 단 한 명을 제외한 138명이 바레인 시민권을 박탈당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번에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은 바레인에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 ‘바레인 헤즈볼라’라는 조직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바레인 헤즈볼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에서 따온 것. 검찰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바레인에 근거지를 둔 테러 분자들을 바레인 헤즈볼라의 기치 아래 새롭게 결집시키고자 시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바레인 헤즈볼라가 세포조직(sleeper cell·평소에는 평범하게 생활하다 명령이 내려지면 활동을 개시하는 잠복간첩)을 운영하고, 조직원들에게 테러 방법을 훈련시켰다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바레인 어린이들을 이란·이라크·레바논 등 시아파 국가로 보내 군사훈련을 받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바레인 정부에서 반대파 의원들과 인권운동가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테러 연루 혐의와 시민권 박탈을 악용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바레인권리민주주의연구소는 이번 재판이 2012년 테러 처벌 법안이 발효된 이후 단일 재판에서 가장 많은 시민권이 박탈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아흐메드 알와데이 바레인권리민주주의연구소 변호국장은 “이번 재판은 바레인 역사의 오점이며, 국민들의 자유를 탄압하는 비극적인 순간”이라고 비판했다.
바레인은 국민의 70% 가량이 시아파 무슬림이지만 정치·경제적 기득권은 수니파 알할리파 왕조가 독점하고 있어 종파적으로 불안정한 구조. 수니파 바레인 정부는 국왕이 장악하고 있는 사법부를 이용해 야당을 형사 처벌하는 등 시아파를 철저히 탄압해왔다. 시아파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 이번에 유죄판결을 받은 이들 역시 대부분 시아파 무슬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레인이 테러 처벌 법안을 도입한 것은 2011년 시아파가 주도한 반정부·민주화 시위, 일명 ‘아랍의 봄’이 일어난 직후다. 당시 시위는 시아파가 많은 바레인이 적대국 이란의 손아귀에 넘어갈까 우려한 수니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사개입으로 진압된 바 있다. 테러 처벌 법안이 도입된 이후 바레인에서는 단체 재판이 일상화됐다. 현재까지 이 법안에 의해 처벌된 이는 총 990명에 달하며, 올 들어서도 벌써 180명이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지난 2월에는 시아파 성직자의 집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167명에게 징역 6개월~10년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5월에도 115명이 재판을 통해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이번에 시민권을 박탈당한 피고인들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시민권을 박탈당한 바레인 사람들은 보통 레바논이나 이라크로 추방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도 국가안보 훼손 혐의로 시민권을 박탈당한 바레인인 8명이 이라크로 추방됐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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