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부터 스키를 시작한 이건희 전 삼성회장은 "나는 그 힘들다는 스키를 60살이 넘어 배워 즐기고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열정을 다하면 못할 것이 없다"는 말을 주변에 자주 하는 등 '스키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03년 당시 시사저널에 보도된 이 전 회장(가운데)의 모습. |
20일 연예계 소식통에 따르면, 인기절정의 록그룹 체리필터가 지난 2004년 겨울 어느날, 강원도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서 공연도중 이건희 전 회장의 "시끄럽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한창 노래를 부르다 중간에 공연을 멈추고 무대에서 하차한 황당한 경험을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체리필터는 '낭만고양이', '오리날다' 등의 히트곡으로 지금도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록그룹이다.
체리필터는 당시 보광휘닉스파크가 스키장을 찾은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무대에 초청받아 모두 5곡을 연주하기로 했다.
그러나 '회장님'의 말 한마디 때문에 3곡 밖에 부르지 못한채 무대를 내려와야 했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체리필터는 이날 저녁 8시경 설원을 배경으로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스키장이 뒤흔들릴 정도로 볼륨을 높혀 자신들의 히트곡을 연주했다.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키장을 찾았던 수백명의 스키어들도 뜻밖에 만난 인기록그룹의 신명나는 연주에 모두 열광했다.
영하의 스키장이 뜨겁게 달궈질 무렵, 스키장을 진동시켰던 음향소리가 갑자기 뚝 낮아져 무대 주위에서만 겨우 들릴락말락하게 됐다.
뜻밖의 상황에 놀란 연예기획사 관계자가 스키장측에 "왜 갑자기 마이크소리를 죽이느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스키장 직원은 "지금 이곳에 이건희 회장님이 오셨는데 시끄럽다고 말씀하셔서 부득이하게 소리를 죽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음향을 모기소리만큼 낮추는 것도 모자라 체리필터는 결국 예정된 곡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공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날 설원의 야외무대를 찾았던 스키어들은 스키장측의 어이없는 무례한 조치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연예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스키를 타러 온건지, 아니면 다른 목적으로 그곳에 왔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내 기억으로는 전용헬기를 타고 그곳에 왔다고 들었다"며 상황을 떠올렸다.
이 관계자는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은 나지만 '회장님의 말 한마디' 때문에 공연 도중 막을 내리기는 처음이었다"면서 "삼성 왕 회장님의 막강한 실력 앞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03년부터 스키를 배우기 시작해 스키시즌만 되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등과 함께 보광휘닉스파크를 찾아 스키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최근 삼성그룹 회장단 인사를 앞두고도 삼성그룹 일부 사장들과 보광휘닉스파크을 찾아 이곳의 고급 스키 레슨클럽인 '마스터스클럽'에서 스키를 즐기려다 눈길에 미끄러져 손목 등에 부상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