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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부산의 전쟁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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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기자

승인 : 2017. 06. 14. 11:40

부산관광공사, '6·25 피란수도' 자산으로 관광상품 개발
아미동-26
부산 아미동서 바라 본 부산 원(原)도심, 6.25전쟁기 전국서 피란민이 몰려 산동네가 형성됐다.
6·25전쟁 발발 67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민간인 포함 300만명이 넘은 사상자를 낸 이 전쟁으로 전 국토가 유린되었지만 모든 국민이 한 데 모여 전쟁을 겪은 공간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부산을 들 수 있다.

부산은 전쟁 수도였다. 부산은 6.25전쟁 기간에 1,023일 동안(1950년 8월18일∼10월26일, 1951년 1월4일∼1953년 8월14일) 대한민국 수도 기능을 수행했다. 이 기간 동안 부산은 한국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였고 해외로부터 원조물자와 인력이 유입되고 국내로 공급되는 경제활동의 핵이었다.

임시수도기념관77
6.25전쟁기 피란민의 아픔을 어루만진 대중가요 등 문화상품들, 대부분 부산이 무대다.
◇50년대 대중가요, 부산이 무대

6·25 전쟁 시기 전 국민이 부산으로 피난 와서 어려운 피난살이를 했다. 그 애환은 대중가요에서 잘 드러난다. 피란민의 아픔을 어루만진 ‘굳세어라 금순아’는 이렇게 시작한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왔다∼
금순아 어디를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던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 이후 나 홀로 왔다∼

문재인 대통령 가족도 이 ‘바람찬 흥남부두’서 온 피란민이었다. 피란민들은 대부분 부산에 정착했다. 이 노래 2절은 이렇게 흐른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이다∼
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영도 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이 노래의 무대가 바로 영도 다리, 남포동, 국제시장으로 이어지는 부산 원(原)도심이다. 외국인 여행객과 여행을 많이 다니는 20대 30대 젊은이들에게는 부산 하면 해운대의 고층빌딩 스카이라인과 광안대교가 떠오른다. 하지만 원래 부산은 대중가요 ‘굳세어라 금순아’와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원도심이었다.

부산관광공사는 6·25전쟁 67주년을 맞아 이 원도심 지역을 ‘피란수도 부산’이란 주제로 관광상품화하고 있다.

부산 국제시장과 영도다리는 피란민들에게 설움이 복받치는 장소였다. 전쟁과 이산의 아픔. 이별과 슬픔. 이런 정서는 고스란히 1950년대에 유행한 다른 대중가요에도 녹아 있다.

경상도 아가씨(손로원 작사·이재호 작곡· 박재홍 노래), 함경도 사나이(손로원 작사·나화랑 작곡·손인호 노래), 이별의 부산정거장(유호 작사·박시춘 작곡·남인수 노래), 마음의 부산항(허민 작사·한복남 작곡·허민 노래) 등 6.26전쟁 시기 유행한 노래들은 대부분 부산을 무대로 한 이별과 슬픔, 피란살이의 서러음 등을 담고 있다.

감천문화마을 (51)
피란민들의 집단 거주지역이었던 감천문화마을. 산비탈에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 있다.
◇피란민 몰린 영도다리, 국제시장, 남포동

전쟁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극한의 경험이다. 전쟁 시기 부산이라는 공간에서 느낀 경험은 전쟁이 끝난 후에 피란살이를 마치고 부산을 떠났더라도 그 추억이 구석구석에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추억이 ‘피란수도 부산’ 관광상품의 셀링 포인트다.

6.25전쟁으로 1950년 8월 18일 임시수도가 된 부산은 전례 없이 인구 폭발을 맞았다. 전쟁 전에 47만명이었던 부산 인구는 1952년에 약 88만명으로 늘었다. 고향을 등지고 온 피란민들은 거개가 부산관광공사가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지금의 원도심권에 머물렀다. 서울에 있던 관공서와 학교, 회사 등 수 많은 기관과 단체가 부산에 임시 사무실을 차리고 업무를 보았다.

때문에 부산은 독특한 관광 자산을 가지고 있다. 부산 중구 대청로를 중심으로 정치,행정, 경제활동, 사회교류, 정주양식 교육, 일상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피란수도라는 공간이 형성되고 있다. 이 일대의 좁은 구역에 일국의 수도 기능 시설들이 밀집해서 들어선 것이다.

먼저 중구 대청로 주변에 국가행정구역이 들어서 있다. 부산은 대통령 경무대, 정부종합청사, 법원, 국회 등 입법·사법·행정의 국가 3권 기능을 포함해 교육, 의료, 문화 등 피란수도 정부기능을 수행했다.

이승만
부산의 임시 대통령 경무대에 마련됐던 이승만 대통령 집무실
◇대청로 중심으로 다양한 피란수도 공간 형성

또 피란민의 생존공간이 있다. 대청로, 국제시장, 보수동 책방골목, 40계단 등 피란민의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 공간이 바로 붙어있다. 또 이 시기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몰렸기 때문에 남포동, 광복동, 용두산 일대에 피란예술구역이 있다. 한국문단의 전쟁문학 시기를 일컫는 ‘밀다원 시대’의 ‘밀다원’은 부산 중구 광복동에 있던 다방 이름이었다.

이어서 부산에는 세계유일의 UN 장묘시설이 있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UN 묘지는 6·25전쟁 시기 UN군 전몰장병의 유해를 안장한 묘지로 21개국 UN군 전사자 1만1천여명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또 피란민 집단 주거지도 있다. 부산 대신동, 감천동, 아미동 등 일대에는 급격히 늘어난 피란민을 수용한 산비탈 판자촌이 관광상품으로 개발돼 있다.

임시수도기념관7
부산의 임시수도 기념관
부산관광공사가 ‘피란수도 부산’과 관련해서 내놓은 상품에는 △2시간 짜리와 △당일치기, △1박2일 등 3가지가 있다. 우선 ‘응답하라, 피란수도 1023’이란 제목의 2시간 상품이 있다. 지난 5월부터 코스가 운영되고 있고 참여비용은 무료다. 부산관광공사가 해설사를 붙여 부산대학병원 →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 산복도로 전망대 → 골목 갤러리 → 기찻집 예술 체험관 → 임시수도 기념관 → 동아대 박물관(전 임시수도 청사)를 둘러본다.

당일치기는 ‘피란수도 부산여행, 여행특공대’라는 상품인데 6.25전쟁 피란 시기를 눈물과 한으로 버텼던 삶의 기억들을 체험하는 여행이다. 부산역 →영도대교→임시수도기념관→비석문화마을→천마산로 전망대→최민식 갤러리→부산역 코스다.

또 철도를 연계한 1박2일 피란수도 여행 상품이 있다. 수도권에 사는 개별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체험관광 프로그램이다. 기차로 부산에 온 뒤 40문화계단 →용두산 공원→영도대교→아미동 비석문화마을→임시수도기념관→임시수도정부청사→보수동책방골목→부평깡통시장→해운대→UN기념공원→국제시장을 관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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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시기 피란민 아이들이 공부하던 천막교실. 부산의 임시수도 기념관에 있다.
부산의 원도심에는 코스 상품 이외에도 피란수도와 관련해서 이곳저곳 둘러볼 곳이 쌓여 있다. 우선 용두산 공원이 있다. 이 곳은 해방 후 피란민들의 판자촌이 들어서 있었다. 1954년 용두산 대화재로 판자촌이 소실된 후 용두산은 공원으로 새롭게 조성되었다. 용두산 공원의 부산 타워는 부산의 상징 등대를 형상화한 것으로 날씨가 맑은 날은 일본 대마도까지 보인다.

다음은 영화 ‘국제시장’의 무대가 된 남포동 국제시장이다. 전쟁 시기 미군 군수물자가 풀린 곳으로 피란민들이 이 곳에서 생계를 유지했다. 지금은 먹자골목, 젊음의 거리, 만물의 거리, 깡통시장, 아리랑 거리, 구제 골목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일명 ‘도떼기 시장’으로도 불린다. 도떼기 시장은 중고품, 고물 따위 여러 종류 물건을 도산매나 비밀 거래하며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한 비정상적 시장을 일컫는 말이다.

이어 보수동 책방골목이 있다. 6·25전쟁 이후 부산 서구에는 부산으로 피난 온 피란민 아이들을 가르치던 천막교실이 많았다. 이 일대에 책을 구하기 힘든 아이들이 헌책을 보며 학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골목이다. 골목 중간에는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이 있어 그 당시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임시수도기념관32
부산임시수도 기념관의 내부 전시물
또 부평 깡통시장이 있다. 부평시장과 깡통시장의 합성어로 전통시장인 부평시장에 6·25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보급품들과 통조림을 팔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2013년부터 부평깡통야시장을 개장해 이색적인 외국음식을 판매하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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