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라인, 北주민에 각인시키는 데 김정남 제거 중요"
"해외 북한인 처리는 보위성 담당"…보위성 주도설 제기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서울 강남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3.4 / 사진 = 연합뉴스 |
태 전 공사는 서울 강남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일은 (셋째 부인 고용희 사이에서)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을 낳고 세상에 알려질까 봐 스위스로 보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만 33세로 알려진 김정은은 사춘기 무렵인 1998∼2000년을 스위스에서 지냈다.
태 전 공사는 "인간은 어려서부터 어울려 살면서 연대의식이 생기고 집안이라는 개념이 형성된다"며 "그러나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가문이나 친척에 대한 연대의식이 없이 어느 순간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와 같다"고 평가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정적이자 삼촌인 김영주를 지방으로 보내고, 이복동생 김평일을 유럽에 머물게 했을지언정 처형은 하지 않았던 반면 김정은은 이복형 김정남을 맹독성 물질로 가차 없이 암살한 배경의 차이를 '연대의식'에서 찾은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이어 "(김정은으로서는) 올해 백두혈통 라인을 북한 주민들과 전 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해 김정남의 존재를 없애버리는 것이 상당히 중요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오는 8월 백두산위인칭송대회 등 올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를 찬양하기 위한 대규모 행사들을 다수 개최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김정남의 존재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체제는 김정은의 장기집권에 조금이나마 걸림돌이 되거나 위협요소가 되는 것은 무조건 다 숙청하고 제거한다"며 "그 무엇도 서슴지 않는 게 북한 체제의 속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과거 대한항공(KAL) 여객기 폭파, 미얀마 아웅산 테러 등 수없이 많은 테러를 감행했다"며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 체제의 장기적인 안전을 보장받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의 외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테러는 정찰총국이 담당하지만, 해외에 있는 북한인에 대한 처리는 보위성이 한다"며 북한 국가보위성의 김정남 암살 주도설을 제기했다.
보위성의 수장인 김원홍이 현재 연금 상태여서 보위성이 주도했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처의 수장도 모르는 일이 집행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설사 보위성 수장이 연금돼 밑에 사람들의 목이 날아갔다고 하더라도 보위성의 사업은 하나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영국에 있을 때)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이 영국에 와서 수행한 적이 있다"면서 "김정철이 올 때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준비했는데, 이 일은 영국 주재 북한 대사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최근 리길성 외무성 부상을 중국으로 보낸 배경에는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 이후 북중관계 회복 ▲김정남 암살의 한국·미국 배후설 전파 ▲김정남 암살시 화학무기 사용에 따라 있을지 모를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협조 필요 등 의도가 깔린 것으로 그는 분석했다.
그는 "김정남을 직접 본 것은 1990년대 말 김정남이 스위스에서 돌아와서 고려호텔에 묵었을 때"라며 "저녁에 심심하다며 호텔 지하 가라오케에 가는 걸 가끔 봤을 뿐 그의 정치적 성향 등은 잘 모른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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