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완료 후 계열분리 통한 독립경영 가능성 제기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금융·소재부문은 장남 이재용 부회장이, 호텔·유통·화학 부문은 이부진 사장, 패션·광고 부문은 이서현 사장의 몫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건설부문은 이부진 사장이 맡게 될 거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이 합병하면서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플랜트·건설 부문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이부진 사장 ‘면세사업’, 이서현 사장 ‘패션사업’ 승승장구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0년 호텔신라 사장으로 취임한 후 면세사업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며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면세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낙찰 받은 가장 큰 규모인 창이국제공항 면세사업권을 따낸데 이어, 마카오 국제공항의 면세사업권을 획득했다. 이에 신라면세점에서 해외매출 비중은 20%가 넘을 전망이다.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은 매출 규모 세계 4위인 아시아 대표 공항 면세점 중 하나로, 이 곳에서 신라면세점은 2020년까지 4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마카오 공항 면세점에서는 향후 5년간 5억달러 가량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부진 사장은 적자에 시달리는 호텔 사업의 돌파구로 비즈니스호텔을 내세우고 있다. 호텔부문의 사업 비중이 7%까지 떨어지자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이서현 사장도 패션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서현 사장은 제조·유통·판매 일괄(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론칭 첫 해인 2012년 매출 600억원, 지난해 1300억원을 기록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또 이서현 사장 특유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YG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패션브랜드 ‘노나곤’을 설립했다. 국내 대표 패션회사와 케이팝 열풍의 중심에 있는 연예기획사의 협업 브랜드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일모직은 국내외 편집매장과 팝업스토어 등으로 유통망을 확장해 2017년까지 노나곤 매출을 1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 계열분리 통한 독립경영 가능성은?
일각에서는 계열분리를 통한 이부진, 이서현 사장의 독립 경영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남매의 전력사업이 뚜렷해지고 있는만큼,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재편이 완료된 후 사업을 키우기 위해 분리 독립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3~4년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이어 LG그룹처럼 지주회사를 분할함으로써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이 계열 분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그룹은 2세 경영승계 과정에서도 장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막내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계열사를 물려받은 후 독립경영을 펼쳤다. 이부진, 이서현 사장도 고모들과 같은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병철 창업주는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그룹을 물려준 후 이인희 고문에게는 전주제지를,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에게는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을 나눠줬다.
이인희 고문은 전주제지를 물려받아 1992년 한솔제지로 이름을 바꾸고 한솔그룹을 출범했다. 이후 한솔화학·한솔텔레콤·한솔개발 등을 설립하며 국내 30대 대기업집단에 진입하기도 했지만, 지나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
반면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을 물려받은 이명희 회장은 1997년에 계열 분리 후 국내에서 손꼽히는 유통그룹으로 성장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중심으로 조선호텔, 신세계인터네셔널, 스타벅스코리아 등을 바탕으로 올해 재계 13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