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
아시아투데이 홍성율 기자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이 다음 달 첫째 주 단행될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인수하는 등 삼성이 대규모 사업 재편을 한 가운데 이들이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에버랜드 외형 확대로 역할과 책임이 늘어나고, 이 부사장은 에버랜드로 옮겨 패션사업을 육성하는 임무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 사장과 이 부사장 모두 현 직위에 오른 지 3년이 지났다는 점도 승진 가능성을 키운다. 이들의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말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사장과 이 부사장은 올해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이 사장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직위로 올리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부회장 승진이 다음 해로 넘어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이 사장은 2010년 말 사장에 올라 3년 동안 호텔신라 대표이사를 맡으며 면세점 사업을 성장시키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호텔신라의 실적이 이를 입증한다. 호텔신라는 올해 3분기 매출 6858억7500만원, 영업이익 400억6300만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7%, 15.4% 증가한 것이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면세점 매출이 늘면서 이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면세점 사업에서 결실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상무였던 2008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면서 면세점 사업 기반을 다졌다. 이후 2011년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 세계 최초로 프랑스 명품브랜드 '루이비통' 매장을 입점하는 데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외 면세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동남아시아 허브공항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낸 뒤 현재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보테가베네타'와 '프라다'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이 공항 시계 매장 2곳의 운영권을 획득했다.
이 사장은 호텔사업에서도 공격적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면세점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호텔사업을 키워 사업 간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라호텔 리모델링을 위해 7개월 동안 호텔 영업을 완전 중지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비즈니스호텔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언니인 이 사장보다 승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부사장들이 통상 3~4년을 거쳐 사장으로 승진해 승진 요건에 해당 되기 때문이다.
사업 성과도 나쁘지 않다. 제일모직은 올 3분기 매출 1조1254억원, 842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 36% 증가한 수치다. 패션사업을 에버랜드에 양도하고도 매출이 되레 소폭 오른 것이다.
이 부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10년 이상 그룹의 패션사업을 맡았다. 디자이너 브랜드 '구호'와 '준지' 등을 육성했고, 토종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아웃도어 브랜드 '빈폴아웃도어' 등을 내놨다.
한편,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미국 하와이에 체류 중인 이건희 회장을 만나 삼성 사장단 및 임원 인사 관련 최종 결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