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없이 타종식 중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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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종소리 33번이 울려 퍼지며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이날 보신각 타종행사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축소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타종만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타종 시작 전 여객기 사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했다.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보신각 일대에 모인 수많은 시민은 휴대폰으로 타종 행사를 촬영하거나 두손을 꼭 모은 채 소원을 빌었다.
금천구에 거주하는 박영자씨(58)는 "국민 모두가 아파하고 있는데 올해는 모두 다 아픈 마음 없이 행복하고, 다같이 으쌰으쌰해 경기도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중구에 사는 김모씨(35)는 "집이 보신각 근처라 5년 연속 타종행사에 참석했는데 올해는 카운트다운하자마자 주변에서 '올해는 행복하자' '올해는 꼭 좋아지자'고 외치는 걸 보니 먹먹하더라. 누군가는 너무나 큰 아픔을 겪고 있으니 마냥 행복할 수 없는 것 같다. 올해는 더 이상 아픔 없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원구에 사는 이승연씨(32)는 "지난해에 암투병 하던 친구를 떠나 보냈는데 최근 다른 친구 한 명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고, 또 다른 친구는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이씨는 "가까운 사람들이 아픈 모습을 보니 많이 속상한 한편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며 "올해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한해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오경식씨(41)는 "식당을 운영 중인데 지난해는 특히 더 힘들었던 것 같다"며 "올해는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큰 힘듦, 슬픔 없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남시에 사는 곽유완씨(72)는 "푸른 뱀의 기운을 받아 나라 안과 밖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복이 넘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타종 행사에는 서울시 명예시장인 배우 고두심씨, 25년간 2만 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한 김춘심씨, 45년간 700회 넘게 헌혈을 한 이승기씨, 교량 위에서 추락 직전의 운전자를 구한 박준현 소방교, 39년째 쌀 나누기 봉사를 이어온 신경순씨 등 2024년 우리 사회에 희망을 전한 시민 10명이 참여해 33번에 걸쳐 종을 울렸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불참했다.
보신각 뒤로는 태양을 형상화한 지름 30m의 '자정의 태양'이 떠오르며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민들은 이를 바라보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기렸다.
행사는 추모 분위기를 고려해 매년 열리던 공연과 퍼포먼스가 진행되지 않았다. 당초 서울시는 현장에 참석한 시민들과 '픽스몹(Pixmob·무선으로 LED 팔찌의 빛을 제어하는 기술)' 퍼포먼스를 비롯해 '빛의 타워', '사운드 스케이프' 등 화려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었지만 전부 취소했다.
보신각 일대에는 경찰 추산 3만2000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서울경찰청은 질서 유지를 위해 현장에 경찰관 300여 명을 배치했다. 서울시는 의료부스 4동과 한파쉼터 4동 등을 운영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