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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애인과 함께 남산에 오르는 길’ 더 미루면 안된다

[칼럼] ‘장애인과 함께 남산에 오르는 길’ 더 미루면 안된다

기사승인 2024. 09.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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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연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이달 초 서울 명동역 인근 남산 예장공원에서 남산 곤돌라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착공식이 열렸다. 명동역부터 남산 정상부까지를 곤돌라로 연결해 2026년 봄부터는 남산에 오르는 시민, 관광객, 이동 약자 등이 한결 편하고 수월하게 남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새롭게 남산에 설치될 곤돌라 캐빈에는 휠체어나 유모차도 탑승할 수 있어 그간 남산 정상까지 오르기 힘들었던 어르신과 아이를 동반한 부모, 장애인 등 교통약자까지 누구나 쉽게 서울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또한 휠체어 및 유모차와 함께 남산에 오른 이용객들도 편하게 남산 곳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상부 승강장은 남산 정상부 광장과 경사 없이 연결된다.

그간 남산은 휠체어 이용자나 장애인들에게는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가까우면서도 먼 공간이었다. 사시사철 유지하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특히나 아름답기로 소문난 야경도 장애인들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남산에 편하게 오를 날이 머지않았음을 알리는 남산 곤돌라 착공식은 보는 것만으로도 큰 감격이었다. 많은 장애인이 부담 없이 남산에 오르고, 비장애인과 같이 행복을 누릴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에 큰 기쁨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 감격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기존 남산에 설치돼 운영 중인 남산케이블카 운영사에서 서울시에 남산 곤돌라 '공사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착공식의 '감격'은 순식간에 '우려'로 바뀌었다. 이렇게 장애인들이 남산으로 가는 길은 '영원히 어려운 길'이나 '어쩔 수 없는 불편한 길'로 남게 되는 것은 아닐지 큰 우려가 몰려온다.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단순히 신체장애로 인한 불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위한 핵심 요소다. 교육, 재활, 사회 참여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생활을 누리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행복은 어떤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장벽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사람도 당연히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권리다. 특히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에 자리한 남산은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모두 누려야 하는 상징적 여가 공간이다. 상징성이 큰 공간일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장애인 이동권에 관심을 기울이고 불편한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분명 경제 발전에 힘입어 더 나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 역시 그 흐름 안에서 좋아지고 나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장애는 개인의 극복대상으로 치부된다. 장애인 이동 편의와 접근성 개선, 장애 인식개선 등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다양한 방면에서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다.

남산 곤돌라 사업은 이전에도 두 번이나 중단됐다. 이번에도 착공식을 치르기는 했지만, 또다시 중단되거나 미뤄질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3번째 도전까지 실패한다면 과연 4번째는 시도라도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만일 장애인 이동권 확대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면 이는 우리 사회 발전 과정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부디 남산 곤돌라 조성이 하루빨리 완료돼 현세대는 물론 후손에게도 기억될 중요한 장애인 이동권 개선 사례로 남길 바란다.

아울러 남산 곤돌라 사업은 운영수익을 오롯이 남산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이는 남산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장애인 접근성과 이동권 개선 외에도 우리 사회의 공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소송을 제기한 남산케이블카 측 또한 공익을 위한 봉사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다. 갈등을 이어가기보다는 남산 곤돌라 사업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함께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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