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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한 마디에…실수요자 ‘핀셋 대출’ 나선 은행권

이복현 한 마디에…실수요자 ‘핀셋 대출’ 나선 은행권

기사승인 2024. 09. 1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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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우리銀, '실수요자 전담반' 신설…하나·농협 검토 중
고강도 대출 규제 속 예외조건 두며 실수요자 피해 최소화
0911 그래픽
#자녀가 수도권 소재 학교로 진학할 예정이라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의 문턱이 높아진 상황이라 고민이 크다. (50대, 남)

#결혼을 준비 중인 만큼 주담대를 알아보고 있는데, 최근 수도권에 주택을 소유한 세대원이 있다면 대출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했다. 부모님이 주택을 보유한 것과 현재 내가 집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무관한데 방법이 없는지 고민스럽다. (30대, 여)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르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 카드를 잇달아 꺼내든 가운데 실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실수요자의 불편을 최소화한 가계대출 관리방안 마련을 재차 주문하며 그레이존(영역 불분명 지대)에 위치한 고객까지 포용할 수 있는 대안을 요구한 상태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분주히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에 있어 예외 조건을 마련하는 한편으로 '실수요자 여신 심사팀'의 신설·운영을 통해 일괄적인 여신심사 강화가 아닌 다양한 대출 사례의 면밀한 분석에 나섰다. 일명 '핀셋 대출'을 시행해 갭투자 등 투기목적 외 실제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구별함으로써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최근 가계대출과 관련한 실수요자 전담팀을 신설했다. 이는 대출 심사의 조건을 보다 면밀히 살펴 실수요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대출을 시행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최근 시행한 고강도 규제에도 예외 조항을 달았다. 세부적으로 유주택자(1주택) 세대 대상 수도권 내 추가 주택구입자금대출 신규 취급 제한에 기존 주택 처분 조건을 달거나 결혼 예정자 등에 한해서는 대출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또 최대 1억원으로 제한된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 역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 예외를 뒀다. 신용대출의 경우에도 가족 사망, 출산, 의료비 등의 목적에 한해서는 연소득 100% 초과분에도 대출을 허용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고강도 대출 규제 속 예외 조항을 둔 배경에는 실수요자를 배려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국내 은행 18곳의 은행장과 만나 강화된 여신심사 기조 속에서도 선의의 고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면밀한 심사를 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여타 시중은행으로도 확산될 분위기다. 이미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은 '실수요자 전담 심사팀'의 운영 및 예외 조건 마련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은 연말까지 경영계획 상 대출 여력 범위 내에서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만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구분해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실상 이 같은 '핀셋 대출'이 실수요자의 니즈를 모두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마다 여신 포트폴리오가 다른 만큼 심사 조건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는 데다 그레이존에 대한 판단 기준 역시 모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다양한 사례를 취합해 고심해야 할 문제지만, 아무래도 규제가 있다면 대응책을 마련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대출 여력 범위가 다른 만큼 은행별 차이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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