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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난복구에서 한 걸음 더, 마음 회복까지 살피는 대한민국

[칼럼] 재난복구에서 한 걸음 더, 마음 회복까지 살피는 대한민국

기사승인 2024. 09. 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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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이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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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이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 단장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24'를 보면 최근 인류가 직면한 주요 위험 요인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인공지능(AI) 기반 허위 정보, 사회 양극화 등이 주요 이슈로 언급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기후 변화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사회, 경제, 정치 전반에 걸친 복합적 위기의 중심에 있다. 특히 올 여름은 연일 최고 기온을 경신했고, 최장기간의 열대야로 지구온난화 파급효과를 전 국민이 체감할 수 있었다.

이 순간에도 기후 변화와 지구 생태계 파괴 현상은 지구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고, 재난의 규모는 대형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감염병 팬데믹, 폭염과 극한 호우 같은 새로운 유형의 위협 요인도 속출하고 있다. 생활 환경은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하나의 재난이 사회관계망 안에서 복합 재난으로 확산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재난으로 인한 고통의 영역이 개인과 사회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재난이 발생해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비롯해서 가족, 목격자 그리고 재난현장에서 구호·봉사·지원·복구활동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심리적·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 재난을 경험하게 되면 신체는 스트레스에 저항하기 위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l)을 분비한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 대응력은 높일 수 있지만, 면역 반응이 억제되면서 감염이나 질병엔 취약해진다. 여기에 더해 기억의 재경험, 악몽, 환각, 과잉 각성, 불안, 해리 반응 같은 심리 증상이 일어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괴로운 감정을 잊으려고 술·마약·도박에 빠져 중독되기도 하고, 그 끝에 이르러서는 자포자기하며 극단적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처럼 재난은 병리 현상의 확산과 막대한 간접 비용을 발생시키면서 사회적 부담을 키운다. 정신과 상담과 치료기관을 방문하는 시간적 손실, 결근, 활력 저하로 인한 생산성 저하, 실직, 가족 해체 등 간접손실도 가중된다. 그렇기에 재난 이후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피해자의 상담과 치료는 필수적이다.

정부는 재난을 겪은 이후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반응의 특성을 고려해 국민의 심리적 충격에 적절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특히 대형재난이 발생하면 재난 수습에 들어가는 직접 비용 이상의 사회 간접 비용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심리적 불안이 확산되면 정부의 재난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국민 신뢰를 잃는 불상사를 초래할 수도 있다.

피해 복구와 이재민 구호 차원을 넘어 심리 회복까지 통합한 재난안전복지서비스가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재난심리회복지원 정책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정책목표도 구체화하면서 지금까지 피해를 경험한 국민에게 체감도 높은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했다.

재난심리회복지원 정책은 각종 재난으로 마음이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현장 중심의 심리지원 서비스다. 태풍, 호우, 가뭄, 지진,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등 각종 재난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재난경험자에게 정신적·심리적 충격을 완화하고 후유증을 예방하며,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전문 심리상담을 실시한다. 필요하면 전문병원에 의뢰해 사회병리현상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한다.

중앙부처와 지역수습본부 역할을 하는 지자체와의 협업 체계도 개선된 모습이다. 올해 6월 전북 부안 지진 발생 직후 군청 앞에 전담 부스를 마련하고 심리적 응급처치를 위한 상담을 펼쳐 현장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간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바탕으로 피해 주민들이 재난 발생 이전의 온전한 생활로 복귀토록 지원하는 재난안전복지서비스가 구현된 사례다.

재난을 함께 경험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활 공동체는 더욱 가깝게 결속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의식과 신체 회복력이 강화되면서 미래를 새로 설계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는데, 이를 '외상 후의 성장'이라고 한다. 위기 이후의 성장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리회복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정부가 중심이 돼 국민의 재난복구부터 마음 회복까지 세심히 살피고 동행해야 한다. 복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 회복까지 살피는 대한민국이 된다면 분명 재난과 위기를 넘어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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