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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동훈 “여당 대표 맞으면 동지의식을 가져라.”

[데스크칼럼] 한동훈 “여당 대표 맞으면 동지의식을 가져라.”

기사승인 2024. 09. 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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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아시아투데이 정치사회 총괄에디터
한동훈, "여당 대표 맞으면 동지의식을 가져라."

독일의 정치철학자 칼 슈미트(Carl Schmitt, 1888~1984)는 "정치란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행위다" 라고 말했다. 이 말에서 칼 슈미트가 강조한 정치는 '적(敵)'과 '아(我)의 대립이다. 이는 윤리에서 선과 악, 미학에서 아름다움과 추함, 경제에서 이익과 불이익이 대립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 가장 필요한 개념은 칼 슈미트가 말한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칼 슈미트는 정치에 대한 어떤 환상도 배격했다. 정치를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하지 말라고도 주문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찍은 대다수 국민들이 한 대표에게 가지고 있는 의구심은 그가 과연 여당대표로서 정체성과 진영의식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그가 나경원 의원이 지난 2019년 당의 대표로서 여러 동료 의원들과 민주당의 패스트트랙에 맞서 싸우다 기소되었던 사건 관련 부탁을 폭로하면서 드러났다.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이던 나 후보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었다.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나 후보로부터 이 사건의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현재 △채해병 특검,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김건희 여사 문제 등 갖가지 현안에서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물론 여당 대표가 대통령실과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국면이 그리 한가한 국면이 아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와 범야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전선이 그렇게 형성돼 있고 중간은 없다. 이 전선 한 가운데 한동훈 대표가 끼어 있다.

우스운 질문이지만 한 대표는 이 싸움에서 어느 편에 서 있을까? 다행히도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한 대표는 △채해병 특검,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문제에서 야당과 공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끊임 없이 이 문제로 여당을 갈라치려고 시도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런 국면에서 한 대표를 미덥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의료개혁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금 의대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이탈로 빚어진 의료대란 만 해도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 싸움이라는 걸 대다수 국민들은 알고 있다. 야당도 의대증원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탄핵을 위해 달리는 야당은 이런 혼란을 이용할 뿐이다. 지금 한 대표는 용산과 엇박자를 내는 각종 현안에서 '국민 눈높이'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국민 눈높이'라고 하는 것은 실체가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다. 지난 총선 공천과정서 한 대표가 보여주었던 행태가 그렇다. 자신의 측근은 별다른 논의과정 없이 공천하고 도태우, 장예찬 등 보수 핵심들은 사소한 이유를 들어 공천을 취소했다.
정치는 어차피 패거리를 지어 싸우는 행위다. 그래서 정치인은 최소한 진영의 이익을 위해 싸워야 한다. 천상에 뜬 고귀한 '이상'으로 자신을 포장하지 말고 아스팔트 바닥에 있는 진영의 이익에 충실해야 한다. 아군을 위해 죽기살기로 적군과 싸워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한 대표에게 죽기살기로 범야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도에 맞서서 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종종 이상을 외치는 정치인들은 현실을 말하는 정치인보다 훨씬 더 국민을 나락의 길로 이끈다. 히틀러가 그랬고 모택동이 그랬고 김일성이 그랬다. 지금 국민들이 한동훈에게 요구하는 것은 진영의 요구에 충실해서 윤석열 정권을 지키는 데 한 편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한 대표의 정치적 성공은 동지이자 후견인인 윤 대통령의 정치적 성공에 달려 있다. 또 범야권의 윤석열 탄핵에 맞서서 싸우는데 달려 있다. 적과의 치열한 전쟁에서 동지들과 어깨를 걸고 싸울 때 그의 정치적 미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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