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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크라이나군의 러 본토 공격에 대한 평가와 전망

[칼럼] 우크라이나군의 러 본토 공격에 대한 평가와 전망

기사승인 2024. 09. 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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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6일 느닷없이 러시아 본토를 습격하였다. 처음에 무엇을 위한 작전인가 하고 의구심이 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추가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완충지대를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작전목적을 밝혔다. 만약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도가 맞다면 우크라이나군은 작전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 수드자를 공격하였지만 수드자는 러시아의 수출 송유관이 지나가는 중요한 지역이다. 쿠르스크주에 속해 있으나 벨고로드주에서 7㎞ 떨어져 있다. 미국과 독일에서 제공한 전차와 장갑차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은 국경을 넘어 러시아 쿠르스크주로 진격했다. 쿠르스크 작전을 통해 완충지대를 만들어 휴전협상 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발상은 달성하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러시아 연방군이 도네츠크주에서 병력을 전환하여 압력을 완화시킨 것이 아니라 러시아 공수군, 근위해군보병여단, 국가근위대, 연방보안국, 바그너그룹과 아흐마트 스페츠나츠 등 특수부대를 투입하여 저지시켰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습격 작전의 한계
러시아군은 공세를 강화하여 도네츠크의 주요 거점 도시인 토레츠크 및 포크로우스크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확보했다. 이 두 도시를 점령하게 되면 도네츠크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를 점령 장악하게 된다. 이번 쿠르스크주 습격작전은 전략적 목표가 불명확하고 좌우견부의 취약한 비정상적 돌파구 확장, 이에 따른 병참선 신장과 작전적 고립 상황을 고려할 때 많은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어 전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에는 제한사항이 많다.

이미 지난달 15일부터 16일까지 러시아군이 재배치되어 전열을 가다듬었기 때문에 초기진격보다 공격의 템포가 많이 둔화되었다.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쿠르스크 작전이 국경선 28~35㎞까지 진격했고 93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경계가 소홀했던 북부 국경 지역을 통해 러시아를 습격했다. 1100㎞에 이르는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쿠르스크 방향으로 공격하여 동부전선의 압력을 완화시키고자 했다. 러시아 국경을 넘어 의표를 찌른 면에서는 적이 대비하지 않은 쪽을 공격하고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출하는 손자병법의 공기무비 출기불의(攻其無備 出其不意)의 기습을 달성했다.

하지만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이번 공격은 다소 무모했다. 우크라이나 군의 가장 큰 문제는 전략 및 작전 예비가 부족하며, 작전적 차원의 군수를 유지할 역량이 없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벨고로드와 쿠르스크 지역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상황처리 때문에 푸틴 주재 안보회의에도 불참했다.

◇습격작전의 작전적 지속 제한
일시적 전투수행 측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성공했을지 몰라도 점령지 계속 확보는 불가능하다. 작전적 군수 역량이 우크라이나 군에게는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을 고립시키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화력으로 예비대와 화력지원부대를 우선적으로 격멸하고 군수 능력을 파괴한 후 남은 적을 소탕하는 것이다. 쿠르스크주의 지형은 방호를 위해 땅을 파서 진지를 구축해야 하는데 해양성 기후로 인해 라스푸티차 가을에 비가 와 진흙탕이 되어 장비기동이 제한된다.

둘째는 포위섬멸전(kesselschlacht)을 시도하는 것이다. 하르키우에서 수미방향으로 배후를 차단하고 포위·소멸하는 작전적 기동 시에 우크라이나 군은 버틸 수가 없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은 러시아군이 기습을 받아 방어선에 구멍이 났다고 선전과 푸틴 망신 주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푸틴은 체첸방문 등 외교적 행보를 계속했다. 전쟁의 정치적·전략적 차원을 이해하고 있으며 작전은 총참모장에게 지침을 하달했다.

푸틴은 도네츠크에서 병력을 대규모로 전환시키지도 않았고 오히려 동부에서 공세를 더 강화하여 우크라이나군을 압박했다. 즉 나토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동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푸틴이 나토와 우크라이나군의 의도에 경도되어 드네프르강을 넘어 우크라이나에 압박을 가하도록 유인되면 러시아군은 전력을 더 많이 집중해야 한다. 나토군이 러시아군을 유인하여 대규모 피해 시 러시아군은 병력을 추가로 투입하여야 한다. 러시아군도 문제는 재정이 아니라 병력부족이다.

◇향후 작전 전망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집권 시 휴전을 강요당할 경우 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에 러시아 영토를 치고 들어갔다. 공격방향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도네츠크, 돈바스와 떨어진 지역이 그나마 나은 선택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점령한 지대를 병력으로 유지할 수 없다. 지뢰로 장애물 지대를 유지할 의도겠지만 소요되는 지뢰를 어디서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과 독일에 요구해서 계속적으로 방어력을 보강하고자 할 것이다.

러시아는 예비대를 이용해서 공격받는 지역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겠지만, 도네츠크와 돈바스에서 지뢰와 장애물 지대를 구축해서 우크라이나의 진격을 저지했다 해도 쿠르스크에서는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이 매설한 지뢰 및 장애물에 막혀서 작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방어력은 예나 지금이나 광대한 영토로 인해 미약하다. 이것이 발트 3국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 러시아의 침략이 있을 경우 수세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공세적으로 러시아의 후방으로 진격하면 러시아군의 진격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푸틴의 선택과 우리 군(軍)에 주는 교훈
장차 푸틴의 전략은 다음과 같이 예상된다. 푸틴은 미국과 나토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있다. 오로지 소모전으로 우크라이나의 유생(有生)역량을 말살하는 전투를 지속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적 기동은 한계에 봉착해 있다. 우크라이나는 국민이 싫어한다고 징병제를 폐지하여 국토가 유린되는 비극을 맞이했다.

인구 구성비에서 러시아에 대적할 전력이 못 되었던 우크라이나가 2013년에 국방개혁을 통해 징병제를 폐지하고 나서 상비군과 예비군의 규모 유지가 제한되었다. 2014년에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기고 절치부심하여 나토와 미국의 지원으로 러시아의 침략에 총력전으로 대항했다.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경계에 있는 국가는 함부로 복무기간을 단축하거나 병력제도를 변경하여 전력을 약화시키면 안 된다는 교훈을 우리 군(軍)에 주고 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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