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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관객과 동료 위해 총대 멘 최민식, 그래서 고맙다!

[조성준의 와이드엔터] 관객과 동료 위해 총대 멘 최민식, 그래서 고맙다!

기사승인 2024. 09. 0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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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영화 티켓 지적했다 한 교수로부터 공격 당해…관련 논의에 불 붙여
최민식
배우 최민식이 최근 출연한 한 지상파 토크쇼에서 "영화 관람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제공=쇼박스
영화계를 꽤 오랫동안 취재해오며 '최민식'하면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스크린 바깥 모습들이 있다. 2005년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과 송강호를 '돈만 밝히는 배우'로 지목한 강우석 감독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뿜어내던 분노의 눈빛과 이듬해 정부의 스크린쿼터제 축소 방침에 항의하는 뜻으로 훈장을 반납할 때 보여준 결기 가득한 표정이다.

먼저 20여 년전 사건은 당시 영화계의 실력자로 군림하던 강 감독이 한 유력 일간지 기자를 만나 "최민식과 송강호가 너무 많은 출연료를 챙기려 한다"고 비난한 내용의 대화가 기사화되면서 촉발됐다. 2000년대 초중반 티켓 파워를 선도하며 '캐스팅 0순위'로 꼽히던 이른바 '최·경·호(최민식·설경구·송강호) 트리오'의 맏형 최민식은 강 감독의 이 같은 발언에 "함께 일해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근거로 그렇게 얘기하느냐.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반박한데 이어 기사를 쓴 기자를 호명한 뒤 "우리 실명이 언급된 게 사실인가"라고 직접 따져묻기까지 했다.

일년 뒤 최민식이 취재진과 함께 함박눈을 맞으며 서울 광화문의 문화관광부(문화체육관광부의 전신) 청사를 찾아 '올드보이'의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으로 받은 옥관문화훈장을 반납하며 "문화 주권을 스스로 짓밟는 나라의 문화훈장은 가치가 없다"고 사자후를 토할 때도 여전히 기억에 생생하다.

물론 이 모든 장면들이 지켜보는 처지에서는 상당히 위태롭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강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실미도'로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어젖힌 '미다스의 손'이면서 제작과 배급까지 모두 겸하는 충무로의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또 요즘과 달리 그때는 매체에 어떤 이유로든 대들거나 밉보이면 홍보 상의 불이익을 겪어야 하는 등 유·무형의 '조짐'을 당하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이처럼 가급적 싸워서는 안될 상대들에 맞서 거침없이 할 말은 하는 모습에서 연기할 때마냥 유턴과 후진을 모르는 '직진 성향'이 배어났다.

얼마전 MBC '손석희의 질문들'로 빚어졌던 구설 아닌 구설도 그처럼 솔직담백한 기질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최근 영화계가 위기에 빠진 이유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가 주저없이 내놓은 "극장 티켓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란 답은 아마도 평범한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본인이 보고 느낀 그대로를 기계적인 계산없이 담아낸 속내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한마디로 영화계와 전혀 관계없는 생면 부지의 한 오지랖 넓은 교수로부터 "극장 재무재표나 보고 하는 얘기냐" "강남 좌파들이 구사하는 전형적인 위선의 언어" "정 그렇게 생각하면 당신이 극장 세워 싸게 사업하라"는 호된 꾸지람을 들어야만 했다.

참고로 이 교수의 말씀대로라면 앞으로는 식당에서도 음식 맛을 탓하기 전에 음식의 원가와 식당의 경영 사정을 고루 살펴봐야 하고 혹시 자신이 좌파인지 우파인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인데,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는 얘기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찌 됐든 최민식의 '직설'이 여전한 것같아 은근히 반갑다. 여기저기 눈치 보며 '너도 옳고 나도 옳다' 식의 두루뭉술한 언행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는 초로의 나이가 됐지만, 무슨 일이든 돌아가지 않고 직선으로 덤벼드는 한창때의 성격이 아직도 그대로인 듯싶어 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예민하고 골치 아픈 사안일수록 나이를 이유로 혹은 '중용'을 핑계삼아 해법 찾기를 외면하며 뒤로 물러서는 어른들이 대부분이다. 지금 시점에서 딱 맞아떨어지는 정답을 제시한 건 아니지만,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관객들과 형편이 어려운 영화계 동료들을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선 최민식의 언행이 높이 평가받아야 하고 더 고마운 이유는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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