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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코스닥에겐 가혹한 밸류업

[기자의눈] 코스닥에겐 가혹한 밸류업

기사승인 2024. 08. 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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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증명사진
"코스닥은 이래서 안 돼"

밸류업 논의가 국내 자본시장 주요 화두로 떠올라 있는 올해, 홀로 역주행하고 있는 코스닥 지수를 본 투자자들의 푸념 섞인 말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국내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결연한 의지가 코스닥 지수에까진 닿지 않은 듯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첫 언급된 올해 초(1월17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총 8.2% 떨어졌다. 같은 기간 10.4% 오른 코스피 지수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들만의 리그였던 것이다. 또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고,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코스닥 기업 역시 에프앤가이드 한 곳에 불과했다. 공시 제도 도입 후, 지난 100일 간의 결과다.

코스닥 기업들에겐 밸류업과 함께한 지난 날들이 가혹한 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관계기관이 '지수 업'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주주환원에 대한 드라이브를 줄곧 걸어 왔지만, 자본여력이 부족한 코스닥 기업들 입장에선 걱정만 쌓였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멱살 잡혀 끌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올해 초 밸류업 대상을 선정할 당시에도, 원래는 코스피 기업들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서야 비용이 더 들 것도 없으니 코스닥 기업들까지 추가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이 벤치마킹한 일본 밸류업 역시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목들로 대상을 제한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시가총액 순으로 세계 4위이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들 위주로 상장돼 있다.

코스닥 기업들은 규모를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주주환원보단 이익개선과 성장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들 회사 입장에선 현 상황에 맞춰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과 속도에 따라 사업을 운영하려던 시점에, 주주환원에 대한 반강제적인 요구가 끼어든 셈이다. 부담이 커지는 이유다.

혹여나 정부의 기조에 따라 실제 밸류업에 참여한다고 한들,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여부를 두고서도 부담이 생긴다. 기업 규모가 작아 대내외 변수에 취약한 만큼,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런 복합적인 사정으로 코스닥 기업들이 밸류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극명하게 대조되는 주주환원 소식들로 인해 코스닥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는 한 층 더 떨어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아냥 섞인 말들이 나온 배경이다.

밸류업 공시 참여가 기업들의 가치 제고를 위한 최종 목표가 돼선 안 된다. 밸류업을 추진하는 정부와 관계기관들이 해당 정책을 단순히 가시적 성과를 쌓는 수준 정도로 생각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기업들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고, 밸류업과 관련해 이들이 갖고 있는 고충들을 면밀히 살피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코스닥 기업들도 스스로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해야 한다. 밸류업만 탓할 게 아니라,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하면서 '지수 업'을 위한 꾸준한 시도들이 필요하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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