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창구·모니터링 ‘시늉만’… 에이블리, 가품·모방품 판매 여전

이지450·컨버스 런스타 하이크 등 카피
판매 가격은 정품의 절반도 못 미쳐
셀러 안내·모니터링 강화에도 역부족
페널티 부과·재발방지 등 실행력 의문
위조상품유통방지협의회 가입이 우선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서 디자인 카피 상품의 유통이 지속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국내 기업의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를 만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카피 상품 및 가품의 판매 방지를 위해 셀러 안내와 다각적인 모니터링 등의 방안을 실시하고 있지만 '해당 시스템의 유명무실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8일 아시아투데이의 취재에 따르면 이날 사용자 추천 상품에 유명 패션 브랜드의 일부 모델과 디자인이 유사한 상품들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디자인을 카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품의 카테고리는 다양했다. 독일의 스포츠 의류 기업 아디다스의 신발인 '이지450'과 유사한 상품은 2만원 후반에, 미국의 스포츠 웨어 브랜드 '컨버스'의 '런스타 하이크'와 디자인이 비슷한 상품은 2만원 안팎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는 아디다스와 컨버스의 제품 대비 50~70% 저렴한 수준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 외에도 국내 기업이 전개하는 브랜드 상품과 유사한 디자인의 상품도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패션 스타트업인 워즈코퍼레이션의 주력 브랜드 '예일'의 경우, 상품 검색만 해도 브랜드와 비슷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후드티가 다수 노출됐다. 이들 상품 대다수는 정품 로고 하단에 적힌 'EST.1701' 문구 대신 'DEPT.1987'나 'DEPT.1986'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앞서 에이블리는 "입점 셀러를 대상으로 한 약관 및 운영정책상 '타 브랜드 디자인 모방 및 변형 등 디자인권 침해행위', '정품 라이선스 미기재 또는 권리 침해 상품 판매행위' 등 위법한 권리 침해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동시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놓치는 부분은 셀러와 소비자가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국내외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스테디셀러의 디자인과 유사한 상품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디자인 카피 상품의 지속적인 판매에 플랫폼 사용자들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 사용자는 플랫폼 내 커뮤니티에서 '에이블리는 명품 카피 제품들을 안 잡나?'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며 카피 상품 및 가품 판매 현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위조상품유통방지협의회 관계자는 "민관의 협력으로 운영되는 협의회 특성상 가입을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플랫폼 자체의 자율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에이블리는 추가적인 모니터링과 발 빠른 제보 대응으로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카피 상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과 인력을 활용한 다각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추가 인력을 통해 수동 모니터링도 병행하고 있다"며 "제보된 문제는 신속히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권리 침해가 확인될 경우, 판매자에게는 권리 침해 관련 정책에 대한 재안내와 함께 단계적인 페널티를 부과하여 재발을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스템 구축 못지않은 실행력으로 소비자와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에이블리 측에서도 자체 신고 시스템을 운영하며 가품이나 디자인 카피 상품의 판매를 방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 사이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정도면 지금보다 뚜렷한 결과를 보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카피 상품 및 가품 판매가 지속될 경우, 플랫폼 자체의 신뢰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