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의 상황 대비·상속분쟁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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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문 인력이다. 신탁 전문 인력을 갖춘 은행이나 증권사와 달리, 보험사는 아직까지 설계사 조직에 의지해 신탁 영업을 확대해야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요 생보사들이 신탁업 시장을 공략한지 15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까지 보험사의 시장 입지는 1%대로 미미한 실정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교보생명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재산신탁업 인가를 받으면서,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을 포함한 '톱3' 생명보험사가 모두 '종합재산신탁업'을 영위하게 됐다. 종합재산신탁은 하나의 계약으로 금전, 부동산, 유가증권, 특수재산 등 여러 유형의 재산을 함께 수탁해 통합 관리·운영하는 서비스다. 사망이나 치매 등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내 뜻대로 재산이 쓰이도록 미리 설계하고 상속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도 생보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고객이 사망한 후 나오는 보험금을 보험사가 대신 수령해 보험계약자가 생전 지정한 자녀나 친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지난 3월 금융위는 보험청구권을 수탁가능 재산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 규정 변경을 예고했다. 현재 법제처 심사를 진행 중인 만큼, 올 하반기께 공식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신탁 영업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과제로 남아있다. 생명보험사 대다수가 개인 사업자 조직인 설계사 영업망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신탁 영업까지 공격적으로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형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이 2010년 전후로 신탁업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실적을 내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신탁업 시장에서 보험사의 입지는 좁은 실정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재산·자산·국내 신탁 시장 규모는 1340조9511억원이다. 이 가운데 보험업권의 신탁 규모는 24조8991억원으로, 전체 신탁 시장의 1.8%에 불과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탁 영업을 하려면 전문 자격증을 취득해야한다"며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은행, 증권사의 경우 PB(프라이빗뱅커) 등 정규직 인력이 잘 갖춰져 있는 반면, 보험사들은 보험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설계사들에게 의지해야하는 만큼 쉬운 영역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