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출처·권리관계 밝혀 내야”
“‘선경그룹에 300억’ 메모가 증거”
“22대 국회 첫 국감 핵심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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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정권의 불법 자금을 (정부가)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향후 권력자들에게 새로운 지침을 줄 수 있다고 본다"며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간 이혼 소송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900억원대 불법 자금'을 겨냥했다.
김 의원은 "(이 돈이) 어떤 돈인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이 연루된 이 돈의 진상규명은 이번 국정감사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형태로든 국민이 부여한 권력으로 권력자들이 부를 쌓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진행된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도 해당 자금에 대해 "불법 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국세청에서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후보자는 "시효나 관련 법령을 검토할 것"이라며 과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6공화국의 불공정을 바로잡을 기회를 만든 김 의원은 경기도의원(제8·9대)와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정책통이다. 초선 의원(경기도 고양시정)이지만 중진 의원 못지않은 '노련미'를 갖춘 것도 오랜 의정 경력이 뒷받침해서다. 인터뷰 때 "키보드를 하도 많이 두드려서 목 디스크를 안고 산다"는 그의 농담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도 비슷한 연유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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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900억원대 불법 자금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간 이혼 소송 과정에서 새롭게 나왔다. 이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자금을 우리 상임위와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을 계속했다. 저 자금이 불법으로 만들어진 게 분명하다면 기업과 국민의 피땀이기 때문이다."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석사 학위 논문에 '12·12 사태'가 "거사"라고 미화된 게 주된 검증 내용이던 것으로 안다.
"맞다. 그래서 후보자는 논문 문제로 하루 종일 사과를 해야 했다. 저도 처음엔 관련 질의를 하려고 했다. 헌데 다른 의원들이 그 질의를 집중적으로 다뤘고 노 전 대통령의 900억원대 불법 자금에 대해서는 다뤄지지 않아서 꺼내게 됐다. 이 자금의 출처를 명확하게 한다면 다시 국민 품으로 돌아오게 과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세할 구체적인 명분이 있다면.
"노 전 대통령의 900억원대 돈이 어떻게 드러났나. 노 관장 측이 노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당시 '선경(SK) 그룹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메모지엔 300억원 이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604억원이 더 기재되기도 했다. 김 여사의 메모 한 장을 통해 불법자금이 30년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문제는 이 돈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 회장에게 대여한 자금인지 아니면 어떤 것인지 등 권리관계가 불분명하다. 또 실명이 명시되지 않아 돈의 출처가 불분명한데 이는 금융실명제를 위반했을 가능성으로도 이어진다. 그럼 세무당국은 이 돈의 세무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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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드러났던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4000억원대로 알려졌고 추징된 액수는 2700억원대 수준이다. 새로 등장한 900억원대 불법 자금 역시 비자금으로 출처가 명확해져도 국고환수가 어려울 수 있지만 '과세'로 접근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메모에 기재된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되면 자금 이전 당시의 상황과 그 성격에 따라 징수권을 행사할 '부과제척기간'이 남았음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과세 방식을 포함해 많은 부분에서 궤를 같이 하지만 '부과 시기'에선 큰 차이가 있다. 증여세는 '생전'에, 상속세는 '사후'에 그 부과시점이 각각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부과제척기간의 기산점과 관련해서 의미를 가진다. 당시 재산 이전의 성격이 '대여'라면 이는 피상속인 노태우의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여전히 '제척기간(어떤 종류의 권리에 대해 법률상 정해진 존속기간)'이 남았다는 얘기다. 이는 SK가 아닌 다른 메모 속 등장인물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해당 조항이 2000년 1월1일 이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단 부칙 등 관련 조항의 해석에 따라 또 다른 방안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국세청에 서면질의를 해 놓은 상태다."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도 노 전 대통령 불법자금 사안을 점검할 계획인가.
"그렇다.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하나 더 붙이면 '불법 자금은 끝까지 추적한다'는 게 제가 생각하는 세무 원칙이다. 노 전 대통령의 900억원대 불법 자금은 국정감사 때 국세청이 어떻게 진행하는지 꼼꼼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 사안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핵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롭게 나온 불법 자금 사안에 대한 당 분위기는 어떠한가.
"그렇지 않아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우리 당 의원들과 관련 얘기를 나눴다. 제가 속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세금 문제를 다루지만, 법사위는 불법 자금 몰수를 더 촘촘하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우리 당 의원들이 불법 자금을 국민 품에 안기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불법 자금을 토해내도록 하는 입법 움직임이 당 안팎에서 긍정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불법 자금이 형성되면 우리사회에 '불평등 지수'도 덩달아 높아지는 게 아닌가 싶다.
"당연한 얘기다. 이번 900억원대 불법 자금뿐 아니라 어떤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고 왜곡됐을 때 이를 바로 잡지 못하면 후대에도 그 영향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런 불평등한 일이 발생할 때 특정 계층에 이익이 집중되지 않고 서민·중산층 등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게 제게 주어진 4년이란 시간동안 합리적인 근거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의정활동에 임하고자 한다. 실용적인 제안을 정부에 끊임없이 전달하겠다."
우승준 기자(dntmdwns1114@hanmail.net)
최유진 인턴기자(choiyu12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