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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있어도 살갗이 타들어가는 듯한 폭염이 기승을 부린 15일 낮, 민주당 원내대표와 지도부는 작업복을 걸치고 고무장화까지 장착한 후 처참하게 망가진 피해 현장에 발을 디뎠습니다.
이날 지도부는 충남 부여군 세도면의 수해현장을 찾아 울분을 토로하는 농민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최근 폭우로 인해 대규모 농작물 피해를 입은 부여군 주민들은 실질적인 피해 복구 지원책 마련을 호소했는데요. 한땀 한땀 공들여 가꿔온 수박, 방울토마토 농가가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됐기 때문입니다. 하천이 범람하면서 비닐하우스들이 일제히 침수된 탓입니다.
현장은 처참했습니다. 진흙으로 뒤덮인 토마토농장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한 주민들의 타들어가는 심정을 가늠케 하더군요. 푹푹 찌는 폭염에 순식간에 기자의 옷도 땀에 흠뻑 젖었지만, 주민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차마 불평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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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정하는 기준과 지자체가 산정하는 피해 규모 격차가 큽니다. 3년 연속 수해를 입은 우리 지역 농민의 억장이 무너져 내립니다. 현실적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합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을 이 같이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5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는데 정작 부여군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별재난지역을 지정하는 기준에 따르면 공공시설 피해액이 65억원이 넘어야 하는데, 부여군 피해액은 64억원으로 집계돼 아슬아슬하게 대상지에서 배제됐다는 것입니다.
부여군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지자체가 집계한 부여군의 공공시설 잠정 피해액은 '106억원'에 달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행정안전부의 피해 현장 방문 보고서 및 조사 내용을 토대로 충분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조기 선포' 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부여군이 왜 빠졌을까요? 주민들은 참담한 심정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오는 20일 부여군이 추가로 집계된 확정 피해액을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에 등록하면 추가 대상지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기대를 걸어봅니다.
박 원내대표는 이곳 주민들에게 피해 복구를 위한 실질적 지원책을 당 차원에서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울러 부여군이 특별재난 대상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정부에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원내대표와 지도부는 주민들이 비닐하우스 내부에 설치한 덜렁거리는 간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파란색 손수건으로 주르륵 흐르는 땀을 닦아내기도 하고, 볼펜을 꺼내들어 주민들의 코멘트를 꼼꼼히 메모하기도 했는데요.
피튀기는 정쟁에서 벗어나 주민들 목소리 하나하나에 성의를 보이는 그 모습이, 간만에 본 이상적인 정치인의 면모였습니다. 더 자주 봤으면 하는 오늘의 풍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