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동행해 노사간 갈등 봉합
우량고객 확보···자산관리 강화 주력
IB부문·부동산금융 수익성 개선 사활
윤 대표는 범농협 활동을 확대하고 농협경제지주 계열사 사업을 지원, 협업에 나서며 갈등을 봉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위원장도 참석해 노사 간의 소통 기회를 늘려나갔다.
성과도 중요한 과제다. 정영채 사장 6년 동안 회사가 줄곧 성장가도를 달렸기 때문에, 윤 대표 입장에선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에 WM(자산관리) 부문을 공략하고 있는데, 고액자산가 서비스를 확대하고 우수 PB들을 기용하는 등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나아가 IB(기업금융) 전문가인 만큼, 부동산 불황 속에서 해당 사업의 수익을 창출해 나가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3월 말 취임 이후 약 100일 동안 조직 대내외적인 소통과 화합에 힘 써왔다.
윤 대표가 취임 후 이 같은 방향성을 갖고 경영에 나선 건 대표직 인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갈등 때문이다. 앞서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을 두고 중앙회와 지주 사이에 잡음이 있었는데, 당시 지주는 윤 대표를 추천한 반면 중앙회는 '농협맨'으로 통하는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추천했다. NH투자증권이 평소 계열사들과 협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표 입장에선 중앙회 인사가 아니기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윤 대표는 농협그룹의 일원임을 강조하며 농촌 일손 돕기와 농촌 마을 숙원사업 지원 등을 통한 범농협 활동 확대에 적극 나섰다. 또 농협경제지주 계열사 중 하나인 축산경제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재정을 지원하기도 했다. 중앙회에서 문제 삼았던 지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일각에선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올해 말로 종료된다는 점에서, 향후 NH투자증권과 중앙회 간의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내부적으로는 노조와 마찰이 있었던 만큼, 직원들과의 교류에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표는 서울 마포구 고객지원센터 시작으로 전국 영업점 순회에 나섰고, 주요 행사에 노조 위원장과 동행하며 소통의 기회를 늘렸다. 대표가 참석하는 자리에 노조 위원장이 동행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업계 반응을 고려하면, 윤 대표의 소통 의지가 내제돼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창욱 NH투자증권 노조 위원장은 "과거에 반목이 있었던 부분들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사측과 좀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는 성과가 필요할 때다. 정영채 사장 체제 하에 회사가 성장세를 지속해온 것을 윤 대표가 이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윤 대표는 WM 수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NH프리미어블루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우량 고객을 늘려가는 전략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서비스는 IB사업부와 연계한 딜 자문, 기업 경영진의 가업 승계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 또 반포금융센터·브랜치를 오픈해 프라이빗 자산관리 서비스를 지원한다. 최근에는 거액을 들여 경쟁사로부터 우수 PB들을 기용했다. 다만 이들이 회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는 NH투자증권이 1분기 WM 서비스 관련 수익(1133억원)에서 전체 수익(2769억원) 대비 40%를 넘기면서 돋보이는 성적을 거둔 탓이다. 다시 말해, 잘 되고 있는 사업에 한 번 더 드라이브를 걸면서 수익 확대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윤 대표가 IB 전문가로 불리는 만큼, 전통IB 부문의 견조한 수익을 유지하고 부동산 금융 수익을 개선해 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앞서 윤 대표는 지난 4월 IB사업부 인사 개편을 통해 자신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내부 인사를 IB 대표직에 앉혔다. 불경기 속에서 변화보단 안정에 초점을 맞춰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연초 설립된 부동산 기관 전용 사모펀드를 통한 IB 수익 확대도 주목된다.펀드를 통한 부동산 직접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기존에 벌어들였던 중개 수수료익보다 더 큰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NH투자증권 관계자는 "농협금융그룹이 해당 사모펀드 규모의 60% 이상을 출자하는 만큼, 운용을 맡는 PE부에서 수익을 잘 내면,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