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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두 남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탈주’

[시네마산책] 두 남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탈주’

기사승인 2024. 07. 0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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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흐름 속도감 넘쳐…뜬금없는 카메오 출연 아쉬워
탈주
이제훈이 남한으로의 탈주를 시도하는 북한 군인 '규남'을 연기한 영화 '탈주'가 3일 개봉한다./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남한과 코를 맞대고 있는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군부대의 '규남'(이제훈)은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중사로, 밤마다 동료들 몰래 막사를 벗어나 남한으로 가는 탈주로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거사를 앞둔 어느 날, '규남'의 계획을 알아챈 후임 병사 '동혁'(홍사빈)이 먼저 탈주를 시도하고, 이를 말리려던 '규남'은 '동혁'과 함께 졸지에 탈주병으로 체포된다. 탈주병 조사를 위해 부대로 온 보위부 소좌 '현상'(구교환)은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규남'을 탈주병을 체포한 노력 영웅으로 둔갑시키고 사단장 직속보좌 자리까지 마련해주며 실적을 올리려 한다. 그러나 '규남'이 진짜로 탈주를 감행하자, '현상'은 마음을 고쳐먹고 추격에 나선다.

3일 개봉하는 '탈주'는 '내일을 향한 질주 오늘을 위한 추격'이란 홍보 문구대로 미래와 현실에 각각 목숨을 건 두 남자의 쫓고 쫓기는 대결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코미디 장르를 제외하고 북한 체제를 소재로 삼았던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탈주'의 주인공들을 쉬지 않고 달리게 하는 동력은 '무엇이든 도전하고 싶은 자유 의지'와 '어떻게든 편안하게 살길 바라는 욕망'이다. 감정의 대척점에 선 등장인물들이 이데올로기에 대한 갈등 혹은 입신양명을 향한 갈망으로 대립각을 세웠던 이전 작품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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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은 3일 개봉하는 영화 '탈주'에서 북한 군 간부 '현상' 역을 연기한다. 극중 '현상'은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인물로,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규남'(이제훈)이 남한으로 탈주를 시도하자 그를 잡아 사건을 위조하려 한다./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극은 중반부까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비교적 빠르게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장애물을 제거하면 또 다른 장애물이 가로막는 보통의 탈출극을 따라갈 때도 있지만, 시종일관 가장 비중있게 다뤄지는 것은 '규남'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사건보다 한 인물의 변하지 않는 내면 심리가 초지일관 줄거리를 견인하다 보니 중반부 이후부터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뜬금포같은 카메오와 과한 설정이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간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마적떼를 연상시키는 무리가 갑자기 나타나 '규남'과 '동혁'을 구하질 않나, '현상'이 피아니스트를 꿈꿀 당시 러시아에서 동문수학하던 꽃미남이 예고없이 등장해 퀴어 로맨스의 분위기를 연출하질 않나, 방향 잃은 이야기에 어렵게 유지해 온 속도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이와 함께 새터민 버전의 유명 자양강장제 CF를 연상시키는 엔딩은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할 정도다. 시각에 따라선 이 영화의 장점 모두를 까 먹고도 남을 만큼 어이없는 결말이자 세련되지 못한 마무리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지방을 모조리 걷어내다시피 한 몸매로 뛰고 또 뛰는 이제훈의 열연은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하다. 구교환 특유의 알 듯 모를 듯 선악을 오가는 다면적인 연기는 이제훈의 험난한 여정에 긴장과 여유를 동시에 불어넣는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수준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한 북한 사투리 연기가 다소 아쉽긴 하지만, 94분이란 상영시간과 더불어 이들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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