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와 합병 방안에는 안정적 재무구조 주목
SK㈜, 투자 지분 매각 추진하고 수펙스 투자 기능 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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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의 계열사는 219개로, 삼성 63개, 현대차 70개, LG 60개 등 상위권 그룹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다. 계열사와 함께 사세를 꾸준히 확장해왔지만, SK그룹의 주요 축인 에너지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지난 1분기 기준 약 55조원이다.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의 SK온은 수익을 내야 하는 시기가 자꾸 미뤄지고 있는 동시에 대규모 투자는 계속 필요한 상황이다. 사업 톺아내기와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50조8155억원으로 3달만에 8.4%가 증가해 지난 1분기에는 55조618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관련 설비투자만 약 16조원이 남았다.
이 외에도 배터리 및 소재사업의 투자는 지속돼야 하는 실정이다. 글로벌 선두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이날 총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외화채 발행에 성공했는데, 회사 측은 외화채 발행으로 조달한 금액을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 등 미래 경쟁력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거론된 것도 E&S의 안정적인 재무구조에 기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시가스와 LNG, 수소사업을 운용하고 있는 SK E&S는 유동자산이 5조1431억원으로, 이 중 현금은 3조2125억원이다. 특히 두 회사가 합병하면 자산규모만 106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 뿐 아니라 SK 곳곳에서 현금을 충당하려는 작업은 진행되고 있다. 최근 SK㈜는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를 매각하는 풋옵션 권리 행사 의지를 마산그룹에 표명했다. 지분 매각 협상은 진행 중으로, 베트남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어 현지 투자 지분 매각으로 1조원 이상을 확보할 전망이다.
또한 SK㈜는 지난 2019년 사모펀드와 함께 약 20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 중국 대체 식품 관련 업체 조이비오의 지분도 매각을 검토 중이다. 대체식품 사업은 최 회장이 관심을 기울이던 사업분야이긴 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으면서 여지없이 매각 대상에 올랐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SK렌터카를 8200억원에 매각한다. SK네트웍스는 비교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그룹과 마찬가지로 AI 기반의 사업모델로 전환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각 자금을 통해 재무구조 안정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합병 외에도 219개의 계열사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움직임은 지난해 말부터 있었다. 그간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돼 있던 투자 기능은 모두 SK㈜에서 담당한다. 협의회 소속이던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오피스도 SK㈜로 조직을 옮기게 됐다. SK㈜는 중복됐던 투자 기능을 일원화하고 효율화함으로써 투자 자산의 미래 가치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SK바이오팜,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제약 및 바이오 계열사들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관련 재정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소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SK가스, SK에코플랜트 등 각 계열사에서 진행하는 수소 사업은 시너지 방안을 고안하던지, 이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SK E&S로 일원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