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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제재에 로켓배송 중단 위기…22조 투자도 좌초 우려

공정위 제재에 로켓배송 중단 위기…22조 투자도 좌초 우려

기사승인 2024. 06. 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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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5위 규모 과징금 1400억 제재
물류 투자도 중단 위기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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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로켓배송이 지난 2014년 출범 10년 만에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로 중단 위기에 놓였다. 공정위는 13일 쿠팡의 PB(자체 브랜드)을 포함한 로켓배송 직매입 상품 밀어주기 의혹에 대해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고발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쿠팡의 상품 추천을 제재했다. 이에 일각에선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위축돼 구매가 줄어들고, 로켓배송 자체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쿠팡 "로켓배송 혁신에 반하는 조치..행정소송 제기"
과징금은 규모는 공정위가 처리한 기업 단독 사건(담합 제외) 가운데 퀄컴, 구글, 삼성그룹 등에 이은 역대 5위 규모로 알려졌다. 경쟁업체나 부당지원 의혹 등을 낳았던 과거 불공정거래 행위 사건과 달리, 초저가 PB상품이나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 같은 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한 점을 '소비자 기만'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였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9년 2월부터 최근까지 인위적으로 6만4250개 직매입과 PB상품을 검색 순위 상단에 노출했고, 임직원 상품평을 동원해 PB상품을 검색 상위에 올렸다고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쿠팡의 행위로 소비자가 얼마나 큰 금전적 피해 등을 입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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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이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쿠팡은 공정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그동안 쿠팡은 '쿠팡 랭킹순'에서 소비자 선호도 등에 따라 대기업 '반값' 수준의 PB상품이나 아이폰 등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해왔다. 판매량이 적은 중소기업 상품도 품질이 좋거나 가격경쟁력이 높으면 추천하는 식이다. 쿠팡은 '쿠팡의 랭킹은 고객들에게 빠르고 품질 높고 저렴한 상품을 추천한 서비스로, 고객들은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고, 쿠팡이 고객들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 역시 당연시해왔다"고 말했다.

◇배송 3일 걸리는 비싼 기저귀 추천되나…수 조원 단위 투자계획 무산될 위기
지난 수년간 매년 매출이 20%씩 성장하고, 활성고객이 2150만명에 이른 쿠팡의 핵심 성공 요인은 로켓배송이 뽑힌다. 그러나 품질력이 우수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소비자 인터페이스(UX)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빠른 배송 시스템과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공정위 제재로 인한 쿠팡 상품 추천 금지로 소비자들이 수년간 이용해온 쿠팡에 대한 사용성과 상품 접근성이 위축되면 구매 저하→쿠팡 매출 저하→추가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 4월 자사 뉴스룸을 통해 "상품진열은 유통업계 고유권한이자 본질로 세계 첫 상품진열 규제"라고 했다.

아울러 쿠팡이 그동안 로켓배송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발표한 수 조원 단위의 투자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전국민 100% 무료 배송을 위해 국내 물류 인프라 확보에 3조원을 투자하고,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를 하겠다고 올해 상반기에 발표했다. 오는 2026년까지 경상북도 김천, 충청북도 제천, 부산, 경기도 이천, 충청남도 천안, 대전, 광주, 울산 등 8곳 이상 지역에 신규 풀필먼트센터(FC) 운영을 위한 신규 착공과 설비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쿠팡은 전국 5000만 인구가 주문 하루만에 식료품과 생필품을 무료배송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열 계획이었다.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난 한국산 제품 22조원을 올해 직매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날 쿠팡 같은 사례가 다른 유통업체에 있으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그동안 직매입과 PB상품을 우선 노출해온 업계도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판매 증대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은 유통업체들의 핵심 역량으로, 정부 당국이 이를 규제하는 것은 기업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유통업체는 고유의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야 경쟁할 수 있는데, 정부의 보편적 기준을 따라야 한다면 기업간 경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쿠팡이 제재와는 별도로 PB상품을 줄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PB상품 협력사 중 90%가 중소제조사인 만큼 쿠팡이 이들과의 거래를 끊어버리면 수많은 중소제조사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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