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주, "시험 때도 학생들 초콜릿 안 사는 것 아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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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대학을 다니는 박장현씨(25)는 매달 배달앱을 통해 자취에 필요한 간식이나 식자재를 구입한다. 매달 구입 품목이 일정하기 때문에 이전 주문 내역 그대로 재주문할 수 있는 '같은 상품 모두 담기' 기능을 이용한다. 박씨는 앞서 10만원대에 맞춰놓은 구매 리스트 2일 그대로 주문했지만 1만원 정도를 더 지불해야만 했다. 박씨의 주문목록에는 집에서 먹기 간편한 조미김이나 공부 중 간식거리로 자주 삼는 탄산음료·초콜릿·과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해당 품목들은 식품업계의 예고에 따라 이달부터 가격이 올랐다.
이날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부터 △초콜릿·과자 △간장 △음료 △조미김 △치킨 등의 식품 가격이 올랐다. 롯데웰푸드는 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것)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이달부터 초콜릿 등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인상했다. 간장 제조사인 샘표식품도 간장 제품 가격을 평균 7.8% 올린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박모씨(40·여)는 "초등학생인 아들은 학원이 끝나고 집에 오면 집에서 초콜릿·과자를, 외벌이 하는 남편은 퇴근하고 집에 오면 탄산음료를 매일 찾는다"며 "한 두번이 아니라 우리 집처럼 계속해 상품을 구매하는 입장이라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이 참에 건강에 안 좋은 군것질을 싹 줄이자고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격 상승 소식에 소비자뿐 아니라 편의점·마트 업주들도 소비심리가 얼어 붙을까 걱정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동작구 모 대학 인근에서 편의점에서는 상품 가격표를 교체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편의점 업주 A씨는 이달 들어 변경된 금액으로 바꾸면서 "초콜릿 가격이 300원이나 올라서 매출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라며 "지금 같은 대학 팀프로젝트·기말고사 기간에는 학생들이 초콜릿을 많이 사갔는데 이제는 가격이 많이 올라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A씨는 "손님들이 체감할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업에 직결된 입장인 나는 단돈 100원만 올라도 벌벌 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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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가정의 달인 5월에 소비둔화를 우려해 보류된 가격 인상이 6월이 되자마자 시작된 것"이라며 "소비자 지갑이 얼어붙은 지금 상황에서 가격을 일제히 올리는 것은 매출 감소 등 공급자에게도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일부의 가격이 오르면 다른 상품의 가격도 도미노처럼 연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