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중 반성문 29건, 2심서 89건
형사공탁 1억원 등 양형 반영
법조계 "상고 불가, 사실상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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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는 지난해 6월 9일 대구지법에 공소장이 접수된 뒤 12월 1일 1심 판결 당일까지 반성문을 29회 제출했다. 하루에 반성문을 2~3부씩 제출하기도 했다.
특히 이씨는 1심에서 징역 50년을 선고받은 후 2심 판결 당일인 지난 23일까지 반성문을 89회 추가로 제출했다. 검찰 구형(징역 30년)보다 높은 형량이 나오자 구치소에서 거의 매일 반성문을 써내다시피 한 것이다.
이씨는 지난해 5월 13일 대구 북구의 한 원룸 건물에서 일면식이 없는 20대 여성 A씨를 뒤따라가 폭행한 뒤 성폭행을 시도하고, A씨의 남자친구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왼쪽 손목 동맥이 끊어지며 신경이 손상되고, B씨는 뇌에 손상을 입어 사회연령 11세 수준에 머무르는 영구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에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의 가족들도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심각한 정도의 충격을 받고 큰 피해를 입었다"며 이씨에 유기징역 최장형량인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 23일 "수사단계에서부터 잘못을 인정·반성하는 점, 우발적으로 강간살인미수 범행에 이른 점, 피해 남성에 대한 살인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해 남성을 위해 1억원을 형사공탁한 점 및 유사 사건의 양형 사례 등에 비추어 징역 50년은 무겁다"며 반토막에 가까운 징역 27년으로 감형했다.
당초 공탁 여부와 상관없이 엄벌을 촉구한 피해자 측은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 반발하고 있지만 형량이 바뀌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형사소송법상 피해자는 상고의 주체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원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검찰의 상고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과 비슷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역시 피해자가 "검찰도 양형부당으로 상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요청한 바 있지만, 아직 개정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해자가 일부 무죄가 난 내용이 아니기에 양형 부당 상고는 대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검찰이) 항소심에서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의 변호사도 "유무죄를 다투는 내용이 아니기에 드라마같은 반전을 기대하기는 굉장히 어렵다"며 "제일 우려되는 것은 결국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서 피고인을 변론하며 이번 판례를 양형 예시로 쓸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피해자들의 후유증이 미약하나마 호전된 것으로 보이는 점'을 판시 이유 중 하나로 꼽았는데, 오히려 호전됐지만 여전히 중증 장애가 남아있는 상태"라며 "B씨가 어른의 지능으로 돌아온 게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