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전략적 치안협력에서 '치안 동맹' 격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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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럼 국가주석이 대내외로 베트남을 대표하는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로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자리에 앉으면서 '포괄·전략적 치안 협력' 관계에 있던 한-베트남의 관계가 '치안 동맹'으로 격상되는 순풍이 불 전망이다.
마약 등 국제공조 수사로 마주앉은 두 치안총수
윤희근 경찰청장과 또 럼 국가주석의 인연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청장은 지난해 4월 경찰청에서 또 럼 당시 공안부 장관과 치안총수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공조수사 강화 및 재외국민 보호 등을 의제로 논의했다.
양측은 초국가적 범죄 대응을 비롯해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교류와 협력 증진에 뜻을 모았다. 또 럼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윤 청장에게 베트남 초청을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윤 청장은 두 달 뒤인 6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또 럼 장관을 다시 마주했다.
4월 총수회담과 달리 6월 회담에선 양국 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마약범죄 등에 대한 주요 의제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양국 치안 총수는 올해 베트남발 마약 밀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을 조기에 진압하고 아세안 지역에서 비롯되는 마약류 확산에 공동대응하기로 하고, 국외 도피사범 검거 및 송환 등 포괄·전략적 협력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윤 청장은 베트남 방문 당시 "이번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 기관이 포괄·전략적 치안협력 동반자로 거듭나고, 앞으로 더욱 긴밀히 협조해 치안 환경을 개선하고 양 국민의 번영을 선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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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동안 다져온 한-베트남 치안교류
두 치안 총수의 만남 이전에 경찰청과 베트남 공안부의 교류는 2005년부터 시작됐다.
양 기관은 2005년 최초로 치안협력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이후 국내 각 시도경찰청별로 차례로 치안교류를 시작했다.
경찰청과 베트남 공안부 간 협의로 2016년부터 베트남 공안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과정이 개설돼 운영 중이며, 베트남 공안부도 자국에서 운영하는 베트남어 교육과정에 한국 경찰을 초청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응웬 반 롱 교통담당 차관 등 공안부 소속 고위급(5명)을 비롯해 축구, 공연팀이 국내를 방문해 경찰청과 친선축구, 합동공연 등 교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경찰청과 베트남 공안부는 2017년부터 다양한 치안협력사업(ODA)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경찰이 베트남 과학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공안부 형사과학원에 한국형 현장증거분석실·DNA 감정실, 디지털포렌식랩, 시물레이션 사격장 구축 및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베트남 공안부는 베트남으로 도주한 피의자를 검거하는데 도움을 줬다.
베트남 공안부는 공조 수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국민들이 베트남 다낭에서 여권 분실 시 하노이 또는 호치민까지 가야하는 불편이 이어지자 다낭에서 출국비자 발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신속한 공조에 베트남 도피사범 송환↑
경찰청과 베트남 공안부의 협력으로 '베트남 도피사범'에 대한 송환도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베트남 도피사범 송환 현황을 보면 2019년 36명이었던 송환인원은 2020년 27명, 2021년 32명을 기록하다 2022년 61건, 2023년 57건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는 1~4월까지 총 26명을 송환했다.
실제 송환 사례를 보면 지난해 1월 30일 길모씨(21)는 충남 논산 '한실파'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논산의 주거지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 후 베트남으로 도피했다. 경찰은 같은 해 8월 인터폴로부터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아 베트남에 공조 요청을 했고, 3개월 뒤 현지 공안과 호치민 공항에서 길모씨를 검거했다.
경찰청은 그간 또 럼 국가주석과 우호 관계를 지속적으로 쌓아온 만큼 향후 베트남 공안부와 치안 협력 관계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한국 경찰과 베트남 공안부는 그간 많은 교류 활동을 해왔다"며 "또 럼 국가주석의 공식 취임으로 베트남 공안부와의 치안협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