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부산의대도 ‘각하’…의료계 집행정지 신청 ‘전패’

다른 1심 사건들과 같이 '신청인적격' 불인정
法 "부산대 증원 75명…교육참여 침해 아냐"

2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학생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을 멈춰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도 법원이 각하했다. 이로써 의료계가 낸 집행정지 신청 8건 모두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이날 부산대 의대 교수, 전공의, 학생들 196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이번 결정 역시 다른 집행정지 신청 1심과 같이 원고들의 '신청인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각하됐다. 신청인적격은 법률적인 소송의 신청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말한다.

재판부는 "의대 증원 처분의 직접적인 상대방은 '대학의 장'이고, 신청인들은 제3자에 불과하다"며 "신청인들에게 고등교육법령이나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어떠한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수, 전공의, 학생들의 주장과 같이 '현재 배정된 입학정원 안에서만 수업을 받을 권리' 등은 법에서 보호하는 권리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오히려 고등교육법령은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의대 입학정원에 관해 교육부장관이 보건복지부 협의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대생과 관련해선 "증원됨에 따라 교육환경이 기존에 비해 열악해질 수 있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대학의 교사시설 구비 및 적정한 교원 수 확보 등을 통해 해결돼야할 것이며, 이런 불이익 역시 증원에 따른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또 부산대 의대 입학정원 역시 기존 125명에서 75명 증원된 것에 불과하다며 "그 정도 증원으로 인해 재학생들의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되는 정도에 이른다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3일 다른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청구한 집행정지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한 바 있다.

의료계 측은 지금까지 나온 1심 각하 처분에 모두 항고했다. 이에 이번 사건 역시 항고할 것으로 보인다.

항고심들 중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배상원·최다은 부장판사)만 지난 16일 결과를 냈다. 행정7부는 의대생, 교수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에 대해 각하·기각으로 결정했다. 1심과 달리 의대 재학생의 신청인적격을 인정하면서도,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의대생들은 대학 총장을 상대로 의대증원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낸 바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