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판사 매수설’까지… “의협, 사법부에 정면 도전·명예훼손”

의협 회장 "대법관 자리로 판사 회유"
법조계 "기각이 아니라 각하 했어야
민주주의에 있어선 안될 위험한 발언"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석 달째를 맞은 가운데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스마트폰을 보며 휴식하고 있다. /연합

의과대학 증원의 효력을 멈춰 달라며 의료계가 낸 집행정지 항고심이 법원에서 기각·각하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판사 매수설' '용산(대통령실) 회유설'을 주장하는 등 연일 거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법조·법학계에서는 의협의 이런 독선적 반응은 대법원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의사들에 대한 국민의 남은 신뢰마저 깎아 먹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료계는 서울고법 행정7부의 입학정원 증원처분 집행정지 항고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7일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의료계 측은 대법원에서 이달 안에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비슷한 취지의 집행정지 소송이 여러 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 최종 결론까지는 수개월 이상 걸린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정부와 대화를 거부한 채 법원의 문을 두드렸던 의료계는 자신들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자 '판사 매수설'을 제기하는 등 사법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17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항고심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라며 "구회근 판사가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같은 날 다른 인터뷰에서도 "내가 정부 측이고 용산이면 (대법관 자리로) 공작했을 것 같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임 회장의 발언에 법조계는 아연실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 판사가 속한 서울고법이 의료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관대한 판결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는 "(서울고법이) 공공의 이익이 학생의 학습권 침해보다 더 크기 때문에 원칙상 의과대학 증원은 합법이라고 판단했는데, 저는 이것도 잘못이라고 본다"며 "학생들 학습권 침해는 추상적 권리 침해, 구체적 법익 침해라고는 보지 않는다. 기각이 아니라 각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 변호사는 의협 회장 발언에 대해 "사법부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선 안 될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며 "재판장을 협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법부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업무방해"라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 역시 "정부의 의대 증원은 합법·불법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판단의 영역이다. 이런 정부 정책마저 일일이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한다면 정부 운영이 되겠느냐"며 "의료계가 증원 문제를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보고 독불장군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