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김포 봉정사 주지 덕운스님 “마음의 짐 내려놓고 가세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512010005232

글자크기

닫기

김포 황의중 기자

승인 : 2024. 05. 12. 16:10

열린 사찰이자 선명상 거점기지 목표로 운영
범종 위 지장전 특색..."영가들 편안하길"
"한국 문화 정수, 불교문화 안에서 발견"
김포 봉정사 주지 덕운스님 인터뷰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봉정사 주지 덕운스님. 편하게 와서 나를 찾아가길 바란다고 말한 스님은 봉정사를 경기 서북부 선명상의 거점기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 인근에 있는 오니산(吾尼山) 봉정사(峰井寺)는 경기 서북부 최고의 수행도량이 되겠다는 목표로 20여 년 전 세워졌다. 입소문을 타면서 신도시 주민의 쉼터가 된 이 절은 여느 절과 다른 면모가 있다. 기도나 천도재를 권하지 않을뿐더러 '흐르는 물처럼 스치는 바람처럼' 오고 가도 아무 말이 없다. 이 때문일까, 이곳에서 만난 한 신도는 모르거나 오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 오면 자꾸 생각나는 절이 봉정사라고 소개했다.

이는 주지 덕운스님의 철학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최근 봉정사에서 만난 덕운스님은 선(禪)명상은 여유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문화의 정수는 불교문화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덕운스님은 선지스님을 은사로 2005년 수계했다. 통도사 강원과 해인사 율원,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했다. 호법부 상임감찰을 역임했고 현재는 봉정사 주지 외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감사국장과 김포경찰서 경승을 맡고 있다. 다음은 스님과 나눈 대화다.

-김포 봉정사는 어떤 절인가.

"경기 서북부 오니산을 수행성지로 만들기 위해 회주 법기스님이 창건했다. 우리 문중의 큰스승인, 경남 양산 통도사 극락암에 계셨던 경봉스님은 '무심히 구름일 듯이 바람일 듯이 어디에도 걸리지 말고 수행하라'고 하셨다. 법기스님이 이 뜻을 받들기 위해 선원(禪院)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고 지금의 사찰로 안착했다. 봉정사를 보면 알겠지만 오니산 풍경을 거스르지 않고 어울리는 형태로 자리잡았다. 인공적인 조경보다 산과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풍경을 추구했다."
-수행도량으로서 봉정사는.

"경기 서북부 선명상의 거점 기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 마음을 살피는 게 진짜 기도고 참선 입문이다. 이곳에서 조용히 쉬면서 자기 마음에 집중한다면 이미 선명상을 시작한 셈이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이끄는 37대 집행부가 추진하는 선명상은 불교가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화두선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봉정사에 편하게 와서 마음의 짐을 덜어가시라."

-다른 사찰과 비교할 때 지장전이 특이하다.

"보통 지장전은 땅에 붙어있는 형태인데 우리 사찰 지장전은 황금빛 범종이 있는 종각 위에 팔각 연꽃 모양의 전각으로 구성됐다. 수십 구의 납골이 전각 안에 모셔져 있다. 일부로 범종 위에 지장전을 올렸다. 조석 예불, 사시 예불마다 범종 치는 소리가 종각 위의 영가님들에게 전달되도록 전각을 설계했다. 물 위의 연꽃을 본뜬 전각이라고 보면 된다."

-지장전 밑에서 범종을 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사찰에서 범종은 단순한 종이 아니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이 범종을 치는 순간만큼은 고통을 면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국보 성덕대왕신종 명문에는 '지극한 도는 형상 바깥의 것까지 포함하니 보아도 그 근원을 볼 순 없고, 큰 소리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진동하니 들어도 그 울림을 들을 수 없다'고 했다. 표현하기 힘든 부처님의 원만한 근본 설법(一乘之圓音)을 그나마 가장 가깝게 전달하는 수단이 범종 소리다."

-신도 입장에서 봉정사는 편한 절 같다.

"아무 때나 와서 쉬다 가라는 게 우리 절의 신조다. 오지 않는다고 전화하는 것도 아니고 기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절에 오지 않더라도 마음 편히 기도할 수 있으면 된다. 대신 만약 오고 싶다면 혼자 오지 말고 다른 사람과 같이 오라고 한다. 좋은 건 혼자 즐기기보다 함께 즐겨야 하는 것이니까. 또 누군가와 함께 오는 일은 권한 사람이 인격적으로 훌륭해야 가능하다. 여기 오는 분에게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었나' 돌이켜보라는 취지에서 같이 오라고 말한다."

-곧 있으면 부처님오신날인데 도품 문화재 환수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최근 도품으로 추정되는 불화를 되찾으려고 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많은 불교 문화재가 해외를 떠돌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보급 문화재를 수집해서 하버드대에 기증한 미국 외교관 그레고리 핸더슨은 한국문화의 정수는 불교와 불교 문화재에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도 그럴 정도인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 승려라면 누구라도 도품 문화재를 환수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종단이 청년 불자 양성을 위해 노력한다. 봉정사는 어떤가.

"절은 다가가기 쉽고 정신적인 평안을 얻는 곳이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줘야 한다. 그러나 편안하다는 것이 결코 만만하거나 위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산과 바다, 강에서 편안함과 안식을 얻는다. 그렇다고 이것들을 쉽게 보지 않는다. 열린 자세로 젊은이를 대하면 된다. 내가 40대 초반이어서 그런지 학생들이 종종 찾아온다. 이들이 편히 쉬다가라고 종무소에 만화책을 가져다 놓았다. 그러니까 나중에 명상이나 불교 교리를 물어보는 친구들이 생겼다. 이럴 때 친절하게 가르쳐주면서 이들이 불교에 젖어 들게 하는 것이 포교 아니겠는가."

김포 봉정사 주지 덕운스님 인터뷰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봉정사 대웅전에서 기도 의식을 집전 중인 주지 덕운스님.
김포 봉정사 주지 덕운스님 인터뷰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덕운스님이 봉정사의 명물 '황금 범종'을 치고 있다.
김포 봉정사 주지 덕운스님 인터뷰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지장전에 모신 납골 영가를 위해 의례를 집전하는 덕운스님.
김포 봉정사 주지 덕운스님 인터뷰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사시 예불을 보는 덕운스님.
김포 봉정사 주지 덕운스님 인터뷰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신도들과 대웅전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주지 덕운스님.
황의중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