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운영중인 생명·손해보험사와 시너지 전략
김동원 사장, 인니 은행업 진출 주도
리포그룹 존 리아디 대표와 다보스 인연 계기로 협상 작업
앞으로 인도네시아 사업 성과에 따라 김 사장의 경영 능력이 입증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리포그룹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공략'에 속도를 내왔다. 작년 리포그룹 산하의 리포손해보험 지분투자를 단행하고, 손자회사 한화투자증권을 통해 침타나다 증권·자산운용 지분을 잇달아 인수했다. 인도네시아 사업 핵심 축인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이 적자를 내고 있는 만큼, 현지 유력 금융사를 속도감 있게 인수해 글로벌 실적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또 은행을 인수하면 방카슈랑스 채널을 확대해 현지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23일 개최한 임시이사회에서 '인도네시아 금융회사 투자 승인의 건' 안건이 통과됐다. 이에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의 지분 총 40%를 매입하기로 했다. 정확한 지분 투자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부은행 자산이 2조3000억원에 달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투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지분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사 가운데 최초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하게 된다.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 은행업에 문을 두드리게 된 배경은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의 성장잠재력 때문이다. 특히 은행산업 평균 성장률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수익성 지표인 NIM(순이자마진)은 4.5%, 건전성 지표인 NPL(부실채권) 비율은 2.6%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과 리포손해보험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리포그룹의 노부은행은 현지 30위권으로, 115개 지점망을 보유한 유력 은행이다. 작년 말 기준 순이익은 120억원을 기록했고, NPL비율도 0.6%로 안정적이다. 과거 국내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가파른 성장을 이뤘던 것처럼, 인도네시아에서도 이 같은 전략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의 방카슈랑스 비중은 초회 보험료 기준 5%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도네시아 공략에 가속도가 붙은 건 김 사장이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부터다. 작년 리포손해보험과 침타나다 증권·자산운용에 대한 지분 투자 건도 모두 김 사장이 주도했다. 김 사장의 리포그룹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맺어낸 결과물이다. 특히 이번 은행업 진출은 김 사장이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김 사장과 리포그룹의 존 리아디 대표는 당시 지분 투자 건을 비롯 양사간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의 '리포손해보험' 지분투자를 성사시키며 우호적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관건은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이 리포그룹 계열사 지분 인수를 기반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다. 작년 기준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의 수입보험료는 145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성장을 이룩했지만, 69억원 순손실을 내며 매년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한화생명은 이번 은행업 진출로 디지털 노하우를 접목시켜 단기간 내 시장에 안착해 보험 계열사와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초기에 한화생명과 한화금융계열사가 지닌 디지털 모바일 경험을 빠르게 적용시킬 계획"이라며 "방카슈랑스 채널을 활용한 보험상품 판매로 시너지 극대화도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