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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메뉴판에 없는 믹스?”…여전한 광장시장 바가지 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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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기자

승인 : 2024. 04. 23. 06:00

분식 모듬세트 판매가 멋대로 정해
가격 가리고 정량 지키지 않는 곳도
사기 판단 기준 모호…"처벌 어려워"
신고 포상금 등 자율규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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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박세영 기자
"믹스(mix)만 외치면 가격이 더 올라가는 거죠. 정부에서 막는다고 막아질까요. 바가지 논란 이후에 SNS에 영상이랑 사진이 퍼지면서 시장 이미지는 더 안 좋아졌어요."

서울 광장시장 내 빈대떡 골목에서 십수년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는 50대 상인 A씨는 이같이 말하며 "최근에 한 외국인 손님이 통역하는 사람을 데리고 와서 다른 가게 사장에게 가격을 따지더라. 메뉴판에 없는 믹스의 경우 가격과 양이 다 다르다. 본인들이 판매 금액을 임의로 정하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8일 오전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골목 대부분을 꽉 채우고 있었다. 여기 저기서 "믹스원! 믹스원!"을 외치며 음식을 주문하고 있었다.

시장 입구 초입부터 가게마다 붙은 가격표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중간중간 견출지나 매직으로 숫자를 바꿔 가격을 적어 놓은 곳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실제 이날 분식코너에서 찹쌀순대 기준 소(小)자 7000원이 표준 가격이었지만 8000원이라 표기한 곳도 있었고 가격을 가려버리거나 5000원으로 정량 없이 임의 책정해 테이블에 가격표를 따로 비치해둔 곳도 있었다.
서울시 등 상인회는 바가지 논란 이후 메뉴판 가격 옆에 정량을 표시하는 '정량 표시제'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가격표시제를 준수하겠다는 결의대회까지 열며 자정활동에 대한 의지를 내비췄다. 시는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관공서가 직접 가격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가격협의체를 신설하며 바가지 요금 방지를 위한 대응마련에 나섰으나 이날 찾은 광장시장은 그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A씨는 "어제도 가격 문제 때문에 옆가게 사장과 싸웠다. 가격표도 가격표지만 메뉴에 없는 믹스가 결국 문제다. 논란 후 정량표시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직도 섞어파는 모듬전 1만5000원 어치를 주문하면 일부 가게에서는 600g 정량을 지키지 않는 곳이 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전은 빼고 가벼운 걸 깔고 접시도 크기를 다르게 쓴다. 이러니 바가지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골목은 더 가격 차이가 심하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날 취재진이 광장시장 내 분식코너의 한 가게에서 1만원 어치 믹스세트(떡볶이+순대+꼬마김밥)를 주문하니 떡볶이 3개, 순대 7개, 꼬마김밥 3개를 담아 주고 만원을 받았다. 성인 한명이 배불리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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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내 분식코너에서 판매하는 믹스세트(떡볶이+순대+꼬마김밥) 1만원어치./박세영 기자
분식 골목의 상인 B씨는 "사실 만원이면 다른 곳에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라며 "대부분 외국인들이 바가지 요금의 대상인데 이런건 상인연합회에 신고를 해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안그러면 양심있게 일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소송물가액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민사소송법에 대한 특례로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재판부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으며 사기죄로 경찰에 신고도 가능하다. 또 행정법상 '물가안정에 관한 법'에 따라 지정된 최고가격 이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경우 행정기관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가격표시제도 위반 등으로 인한 허위 광고에 대해서도 처벌은 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가지 요금에 대한 민형사상 처벌 범위를 어디까지로 두고 볼 것인가에 대한 견해차이가 있고, 사회적으로 사기죄 성립을 위해 용인 가능한 요금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판단하는 데도 시각이 달라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장희진 가로재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바가지 가격 논란이 늘 문제가 되고 있지만 법적으로 사기 수준이 되려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금액이거나 판매자가 얼만큼 속일 의도를 가지고 소비자에게 돈을 내게 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바가지 요금 자체는 사기로 규정하기 모호한 측면이 있어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이 쉽지 않다. 또 물가변동률이나 지자체별 상권의 범위가 다 달라 이를 적용시킬 수 있는 법률 규정도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 관련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 변호사는 "바가지 논란이 반복되면 시장 내에서 함께 장사를 하는 선량한 상인들까지 같이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 이에 상인들 스스로가 자정노력에 더 힘써야 한다. 상인회 자체적으로도 규율을 위반한 상인에 대한 신고 포상금을 붙이는 등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야한다. 법이 다 개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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