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2조510억원…2조 클럽 수성
에잇세컨즈·신명품 전략 실적 견인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경영 운전대를 잡기 시작하면서, 삼성물산이 다시금 오너경영 체제로 복귀했다. 2018년 12월 실적 부진의 책임을 안고 일선에서 물러난 지 5년 3개월 만이다. 이제는 패션부문을 비롯해 건설, 상사, 리조트 등 전사 총괄로 돌아온 만큼 이 사장의 영향력과 경영진으로서의 책임감은 더 커지게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은 삼성물산의 건설·상사·리조트·패션 등 각 부문별 사업에서 '삼성'이라는 통합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라면서 "삼성물산은 그룹의 모태이자,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격 회사로 이 사장의 활약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의 복귀에 패션부문은 '든든한 우군'이 생겼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 사장은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었고 이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등을 거친 '패션통'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그룹의 모태가 된 제일모직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지만, 이 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힘이 빠져왔다는 평가도 받았다. 삼성물산 4대 사업부문 중 패션만 유일하게 부사장 직급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 사장이 패션 사업의 확장에 더욱 신경 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2조510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2조1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2조 클럽'을 수성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940억원으로 전년(1800억원) 대비 7.8% 증가했다. 경쟁사 대부분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성적표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경기 불황에도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이 사장의 한발 앞선 선구안이 통했다고 보고 있다. 신명품과 에잇세컨즈가 실적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는데, 모두 이 사장이 재임 시절 뿌려둔 씨앗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 사장은 재임 당시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론칭을 주도했으며, 패션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비이커 등 편집숍을 한국에 들여오기 위해 창립자인 카를라 소짜니를 설득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올 3월 말 누적 기준 삼성물산의 신명품 자크뮈스와 스튜디오 니콜슨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5%, 55% 성장했다. 같은 기간 르메르와 이세이미야케 역시 각각 40%, 20% 이상 신장했다.
에잇세컨즈는 고급화 전략으로 지난해 3000억원에 가까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2년 58개였던 매장 수 역시 2023년 71개, 올해 72개로 대폭 확대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올해는 매장을 10개 이내로 추가 오픈할 계획"이라면서 "최근엔 스타필드 수원과 롯데센터시티점에 매장을 개점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