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 산업 집중력 강화···저평가 해소
"비율 크지 않아 영향은 미비" 분석도
업계에선 사업 혼재 요소가 제거된다는 측면에서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데 힘을 싣고 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고, 최근 방위 산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어 주목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분할 재상장 과정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비주력 사업 기업들이 부각되면서 기업가치가 보다 제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올해만 70% 넘게 주가가 급등한 만큼, 한동안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총 70.3%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항공우주 사업 부문과 비주력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2일 주가가 15.3% 급등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등락하며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신설법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 지주를 설립하는 내용의 인적분할을 의결했으며, 같은 날 한국거래소에 분할 재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분할 기일은 오는 9월 1일로 예정돼 있다.
신설법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한화비전(AI솔루션)과 한화정밀기계(차세대 반도체 장비)를 100% 자회사로 두게 된다. 존속회사로 남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한화오션·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를 자회사로 둔다. 비주력 사업들을 떼고, 방산·항공우주 중심의 사업구조를 완성한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존부터 주력해왔던 방위 산업에 집중력을 강화하자, 증권업계에선 비주력 사업으로 인해 저평가됐던 부분들이 해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른 주가 상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설법인의 가치 평가를 위한 분할보다 존속회사의 사업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적분할 결정에 따른 주가 하락 리스크보다는 그동안 사업 혼재에 따른 밸류 디스카운트 요소 제거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방위 산업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에 대한 시장 주목도도 향상될 것이라는 평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안보 위협 증가와 미국 대선 등의 영향으로 국내 방산주들은 기대주로 부상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높은 해외수주 물량을 늘리면서 지난 3년 간 꾸준히 성장해왔으며, 지난해 영업이익 6911억원을 달성했다. 2022년 대비 72.6% 증가한 수준이다.
또 이번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금껏 방위 산업에 묻혀 등한시돼 왔던 비주력 기업들에 대한 가치도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반도체 등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가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나이스신용평가에선 최근 5년 간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의 매출 및 이익창출력이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은 방위산업에 가려져 있던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의 가치가 부각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돼 합산 가치는 현재보다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 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가를 기존 대비 22.7% 상향 조정한 27만원을 제시했다.
특히 업계에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를 방문했다. 2018년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5년 4개월 만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회장이 한화그룹의 산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을 지원사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신설법인으로 분할되는 비율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밸류에이션과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번 분할에서 존속회사와 신설법인의 비율은 각각 9대 1이다. 또한 단기간 회사의 주가가 급등한 만큼, 조정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