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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진료 못받을까봐”…소아과, 오픈런 때보다 북적

[의료대란]“진료 못받을까봐”…소아과, 오픈런 때보다 북적

기사승인 2024. 04. 0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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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단축 동참 선언 동네병원 가보니
"더 일찍 왔는데 정상 운영해 감사"
개원의들 이미 '주 40시간' 근무
집단행동 체감 어려울 것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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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 소아과 앞에는 병원 문 열기 전부터 아픈 아이를 안은 보호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박주연 기자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한 개원의들이 진료축소를 선언한 1일 오전 8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앞에는 병원 문 열기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동네 병원까지 진료 단축에 나설 것이란 소식에 시민들은 평소보다 더 일찍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8개월 된 아이를 품에 안은 정모씨(38·여)는 "우리 아기가 주말 내내 고열에 기침까지 하면서 많이 아팠다"며 "오늘부터 동네 병원들이 진료를 축소한다는 뉴스를 보고 혹시나 우리 아이가 진료 받지 못할까봐 불안해서 일찍부터 나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면서 개원의(동네 병원)까지 진료 축소를 선언해 시민들은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개원의는 개인 사업장인 만큼 진료 축소가 사업장 운영과 직결되면서 집단 행동 참여율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회의를 열고 이달부터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진료 시간을 지키기로 했다. 법에서 정한 테두리 안에서 주말과 야간 진료를 축소해 주 40시간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동네 병원들의 진료 축소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여의도 일대 의원엔 제때 진료 받지 못할까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24개월 된 아이 엄마인 이모씨(39·여)는 "이 동네에서 유일한 소아과여서 가뜩이나 사람들이 몰리는데, 진료 단축까지 하면 아픈 아이를 둔 엄마들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다행히 여기 병원은 진료 단축하지 않는다고 해 의사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뿐이다. 동네 병원마저 진료 시간을 줄인다면 국민이 아파 죽던지 말던지 내 일 아니라는 막무가내식 아닌가"라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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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 이빈후과에는 시민들이 진료를 받기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주연 기자
인근 한 이비인후과에도 아침부터 찾은 환자들로 대기실이 붐볐다. 신모씨(48·남)는 "요즘 티비만 틀면 의사들이 진료를 줄이겠다고 난리인데, 하필 이럴 때 몸이 으슬으슬하고 코가 막히는게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다"며 "병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치료 받고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에 회사에다가는 오늘 늦게 출근한다고 말하고 병원부터 찾아왔다"고 말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개원의들의 진료 축소 집단행동의 참여는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서울 소재 의원 10곳에 진료 축소 여부를 문의한 결과 모두 정상진료를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야간 진료하는 동네병원은 치과나 피부·미용 쪽이 많다"이라며 "일부 병원이 야간 운영 중인데 개원의들은 개인 사업자들이라 단축 진료에 크게 동참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또 애초에 동네의원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료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므로 '주 40시간' 진료로 줄여도 시민들의 체감도는 낮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개원의들은 이미 40시간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진료 축소는 없을 것 같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한다 해도 평일에 문 여는 시간을 1시간 늦춰 하거나, 금요일은 오전만 하는 등 결국 1주일 40시간 일하고 있다"며 "인근 의원들 중에서 진료 축소하는 곳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말 진료가 축소되면 당장 환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직장인 정모씨(32)는 "평일엔 잦은 야근으로 병원은 토요일 오전에 몰아서 다니는 편"이라며 "동네 병원들이 토요일 단축 근무를 한다면 평일에 휴가 쓰고 다녀올 수 밖에 없어 불편함이 클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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