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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균열·지지율 반전…김정은-기시다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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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 홍선미 기자

승인 : 2024. 03. 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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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모습./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5일 "조일(북일)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가는 데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실제적인 정치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문에서 "최근에도 기시다 (후미오) 수상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가능한 빠른 시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우리에게 전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15일에도 일본인 납북자·북핵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는 전제조건으로 "기시다 수상의 평양 방문도 가능하다"고 담화를 낸 바 있다.

김 부부장은 "일본이 지금처럼 우리의 주권적 권리 행사에 간섭하려 들고, 더 이상 해결할 것도 없는 납치 문제에 골몰한다면 (정상회담이) 수상의 구상이 인기 끌기에 불과하다는 평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일본을 겨냥한 '전향적 태도' 언급 발언은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관여해선 안되고, 핵보유국 지위 인정, 일본인 납치 문제 언급 불가 등이 필수 조건으로 당장은 일본이 조건을 수락하고 정상회담에서 마주 앉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처럼 회담 전망이 아직은 불투명한 가운데 성사된다면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 이후 22년 만이다.
이런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이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질문하자 "지적하신 보도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전에 말했듯이 일본과 북한 관계나 납치 문제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이 중요하다, 총리 직할 수준에서 북한에 대해 여러 대응을 하고 있다"며 담화 내용 전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외교부는 이날 일본이 북·일 정상회담을 제의했다는 김 부부장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일·북 접촉을 포함해 북핵·북한 문제 관련 일측과 긴밀히 소통 중이며, 한·미·일은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복귀시키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북한과 일본이 여러 어려운 조건에도 정상회담 타진에 나선 것은 북·일 정상회담 카드가 양쪽이 처한 정치적 상황의 돌파구 마련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기시다 총리는 '납북자 문제 해결' 같은 외교 성과로 현재 20% 중반대에 머물고 있는 국내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은 위원장도 한-쿠바 수교로 입은 외교적 타격을 한·미·일 3국 공조 균열 내기로 만회할 수 있다는 구상이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가운데 일본을 '약한 고리'로 삼아 3국 관계에 틈을 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번 북한의 담화가 일본의 입장을 계속 주시하는 북한의 태도를 보여준다"며 "(담화와 같은) 공개 압박 전략은 아직 실무 접촉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일 정상회담 추진과 함께 이달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은 기시다 내각 지지율 반전 카드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군사 작전계획·훈련 강화를 위해 주일미군 재구조화 등 1960년 미·일 상호방위조약 개정 이후 최대 규모의 안보동맹 격상 방안을 발표한다.

미국이 대만 충돌 같은 중국발 위협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일미군을 강화하는 것이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한반도 유사 시 주일미군을 지원하는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 확장으로 정치·외교적 쟁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영훈 기자
홍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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