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기자회견, 한동훈은 입장문으로
이재명 원고지 20.9매, 한동훈 17.1매
강한 자신감의 언어 주로 쓴 이재명
설득과 청유의 언어 주로 쓴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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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심판론'의 포문을 열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거야 심판론'이 담긴 입장문을 냈죠.
민주당의 '윤석열 정권 심판론', 국민의힘의 '국정 발목잡는 거야 심판론'이 제대로 맞붙은 겁니다. 총선을 앞둔 양당의 프레임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두 사람이 쓴 키워드도 극명하게 갈립니다. 먼저 이 대표의 기자회견문에 공천은 26번, 심판은 16번, 파괴는 3번, 폭망은 2번 나옵니다.
핵심 키워드는 단연 심판인데요. 이 대표는 "4월10일은 심판의 날, 경제폭망 민생파탄 민주파괴를 심판하는 날, 무능정권에 대한 심판의 날이자 패륜공천에 대한 심판의 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심판하면 바뀝니다. 심판해야 바뀝니다"라고 했고요.
공천이 이토록 많이 쓰인 이유는 국민의힘 공천을 '사면공천', '음란공천', '돈 봉투 공천', '친일공천', '탄핵비하 공천', '극우공천', '양평 고속도로 게이트 공천'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기 때문인데요. 민주당 공천에 대해선 '혁신공천'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승리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입니다. 이 대표는 "이제 혁신공천을 완수하고 심판의날을 향해 필사즉생의 이기는 선거전을 시작합니다. 준비됐습니다. 자신있습니다. 이겨야 하고, 이길 수 있고, 반드시 이기겠습니다"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중도를 향한 통합의 언어 보단 지지층 결집에 신경을 쓴 흔적도 보입니다. 이번 총선에 대해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결이 아닌 반국민세력과 국민의 대결"이라고 했죠.
한 위원장 입장문에는 동료시민 7번, 폭주 4번, 공천 3번, 노력과 책임은 각각 2번씩 나옵니다.
핵심 주장은 '동료시민을 위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폭주를 막아야 하니 힘을 모아달라' 입니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21대 국회 내내 보여준 입법폭주가 지속, 강화되는 것을 막겠다"며 "이번에 이재명의 민주당이 또 다수당이 되면, 이런 폭주에 국민의 허락을 받았다고 여기고 지금까지 보다도 더욱 비상식적인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 뻔하다"고 설득했습니다.
입장문보다 호소문에 가깝다는 인상도 줍니다. "저희가 더 노력하고, 더 분발하겠습니다", "이번 만큼은 정치개혁, 꼭 실천하겠습니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반드시 극복해내겠습니다", "여러분이 하실 이 선택에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우리당이 보다 많은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저희가,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진심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정말 동료시민들께 잘하고 싶습니다" 등 호소·설득·권유 표현이 곳곳에 나오기 때문이죠.
이 대표가 맹공격을 퍼부은 공천에 대해 소개할때도 겸양의 표현을 썼습니다. 한 위원장은 "사적 이해가 반영되지 않은 시스템 공천 등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당 운영을 통해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하겠습니다. 저의 책임 하에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으니,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했죠.
"상식 있는 국민들은, 진영을 막론한 저런 극단주의가 대한민국의 주류를 장악하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실 겁니다"라며 중도층을 겨냥하기도 했고요.
총선을 30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꾀한 이 대표와 몸을 낮출대로 낮춘 한 위원장이 4월10일 어떤 결과를 받게 될 지 궁금해집니다.